KAIST ‘천지창조’ 물감 낙하 원리 규명

2026-03-15 15:41:31 게재

휘발성 액체로 중력 불안정성 제어

정밀 코팅·3D 프린팅 공정 적용 기대

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이 기울어진 표면에서 액체막이 중력 때문에 무너지는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정밀 코팅과 전자회로 인쇄, 3차원(3D) 프린팅 등 다양한 공정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KAIST에 따르면 연구팀은 중력에 의해 액체가 아래로 쏟아지는 현상의 근본 원인인 ‘중력 불안정성’을 계면유체역학 관점에서 분석하고, 거꾸로 매달린 액체막에 소량의 휘발성 액체를 혼합해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천장에 물감을 바르면 얇은 액체막이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력 때문에 불안정해져 아래로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물이 천장에 맺혔다가 물방울로 모여 떨어지는 과정과 같은 원리다. 이를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에 소량의 휘발성 액체를 섞으면 증발 과정에서 액체 표면의 농도 분포가 달라지고 표면장력 차이가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때 표면장력이 큰 영역이 작은 영역을 끌어당기면서 표면을 따라 흐름이 형성되는데 이를 ‘마랑고니 효과’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표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며 중력에 의한 불안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실험 결과 특정 조건에서는 액체막이 중력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일부 조건에서는 액적이 떨어지지 않고 액체막이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새로운 거동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액체 조성과 증발이라는 자연적 과정만으로 중력 불안정성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수 수는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은 중력이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져 왔다”며 “액체의 조성과 증발을 활용해 외부 에너지 없이 이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정밀 코팅과 인쇄, 적층 공정에서 균일한 액체막 형성에 활용될 수 있으며, 3D 프린팅 공정이나 우주 환경에서의 유체 제어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기계공학과 최민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월 29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은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 중견연구와 KAIST UP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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