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그리는 전자회로’ 액체금속 파우더 개발

2026-03-15 17:49:34 게재

박인규 석좌교수 연구팀, 다양한 표면에 회로 구현

웨어러블·소프트로봇 등 차세대 전자기기 활용 기대

KAIST는 기계공학과 박인규 석좌교수 연구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과 공동으로 다양한 표면에 직접 전자회로를 그릴 수 있는 ‘액체금속 파우더(Liquid Metal Powder)’ 기반 전자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기술은 종이와 플라스틱, 섬유, 나뭇잎 등 다양한 표면 위에 전자회로를 간단히 구현할 수 있는 신개념 전자 소재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와 소프트 로봇, 유연 전자소자 등 차세대 전자기기 분야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액체처럼 흐르면서 금속처럼 전기가 통하는 ‘액체금속’이다. 하지만 기존 액체금속은 표면장력이 크고 대부분의 표면에서 잘 퍼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정밀한 회로 제작이 어렵고 번짐 현상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금속을 미세한 파우더 형태로 만드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 파우더는 액체금속 입자를 얇은 산화막이 감싸는 구조로 평소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붓으로 문지르는 등 물리적 자극을 주면 산화막이 깨지면서 내부 금속이 연결돼 전기가 흐르게 된다.

이를 통해 표면에 파우더를 바른 뒤 필요한 부분만 눌러 전자회로를 형성할 수 있어 기존 액체금속 회로의 번짐 문제와 정밀 패터닝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이 기술은 별도의 열처리나 복잡한 장비 없이도 다양한 재질의 표면에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피부 부착형 무선 건강 모니터링 기기와 형태가 변하는 소프트 로봇 회로 등을 실제로 구현하며 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용이 끝난 회로는 물에 녹여 분해한 뒤 화학 처리를 통해 액체금속을 회수할 수 있으며, 이를 다시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다. 전자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재활용 전자 소재 기술로도 주목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파우더는 상온에서 1년 이상 보관해도 성능이 유지되며 수만 번 굽히거나 비틀어도 회로가 끊어지지 않는 안정성을 보였다.

박인규 KAIST 석좌교수는 “전자회로 제작을 그림을 그리듯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한 기술”이라며 “입는 컴퓨터나 형태가 변하는 적응형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굴 오스만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 논문은 학술지 후면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