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사의 공정성은 변호인 동행으로 완성된다

2026-03-16 13:00:01 게재

변호사가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은 아마 경찰서일 것이다. 고소인 피의자 참고인들이 경찰서를 오가며 변호사들과 함께 동행하기 때문이다. 수사를 받기 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과거에는 피의자 정도나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지만 이제는 고소인이나 참고인도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려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러한 흐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수사권 조정 이후 1차적인 판단은 경찰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고소한 내용이 죄가 되는지, 사실관계는 어떠한지,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이 단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렇게 판단된 내용은 이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더라도 기소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소가 된다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당사자들은 여전히 변호사를 데려가는 것을 망설인다. 괜히 변호인을 동행했다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더 의심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 조력 필수

그러나 경찰에 출석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정한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변호사를 동행한다고 해서 상황이 더 불리해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진술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행사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피해자나 고소인들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이다.

현장에서 종종 들리는 말도 있다. “이런 사건에 무슨 변호사까지 선임했느냐”는 식의 핀잔이다. 악의 없는 가벼운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표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고, 수사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다. 변호인의 참여는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위상은 분명 높아졌다. 경찰 내부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인력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경찰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수사 단계에서 선호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 조직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자백을 받아내기에는 더 수월할 수 있다. 변호인의 참여가 수사관에게 다소 껄끄러운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위상의 변화는 제도의 변화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스스로도 더욱 존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변호인의 참여는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절차의 신뢰를 높이는 장치다.

변호인 참여가 절차 신뢰 높여

수사기관과 변호인이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국민은 수사 절차를 더욱 공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제도의 성숙은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그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수록 그 존재와 권위 또한 더욱 빛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