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재난 넘어 전지구적 보건 위기로
연기 속 초미세먼지로 초과사망
기후위기 시대에 산불이 자연재해를 넘어 보건 위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가 산불 빈도나 강도를 강화하면서 그 연기로 인해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과거 전통적인 산불과 달리 야생지역(자연)과 개발지역(도시)이 겹치는 곳에 발생하는 화재(WUI)의 경우 공중 보건 영향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주택 등 인공 구조물과 식물이 함께 타면서 독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논문 ‘기후변화에 따른 미국의 산불 연기 노출 및 사망 부담’에 따르면, 미국에서 산불 연기 속 초미세먼지(PM-2.5)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2050년까지 연간 최대 7만1420명(고배출 시나리오(SSP3-7.0))에 달할 수 있다. 이는 2011~2020년 연평균 사망자 수보다 73% 증가한 수치로 2026년부터 2055년까지 30년간 누적 사망자는 190만명으로 추산됐다. 초과 사망자는 특정 원인이 없었을 때 예상 사망자 수보다 더 많이 발생한 사망자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스토니브룩대 공동 연구진은 통계 모델과 머신러닝을 결합해 기후변화가 산불 활동과 연기 농도, 사망률에 미치는 인과 사슬을 분석했다. 산불 연기 노출의 건강 영향이 최초 노출 이후 최장 3년까지 지속된다는 근거도 확인했다. 논문에서는 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산불 연기의 보건 피해가 미국에서 가장 심각하고 비용이 큰 기후위기의 결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불에서 발생하는 PM-2.5가 동일한 양의 일반 대기 중 PM-2.5보다 더 유독할 수 있다는 독성학 연구 결과들도 잇달아 나온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의 논문 ‘산불 연기가 다른 발생원의 미세먼지보다 호흡기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남부 캘리포니아 관찰 연구’에 따르면, 산불에서 발생한 PM-2.5가 10㎍ m⁻3 증가할 때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1.3%에서 최대 10%까지 증가했다. 이는 산불이 아닌 경우에 발생한 PM-2.5로 인한 호흡기 질환 입원 수치 0.67~1.3%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미국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네이처의 논문 ‘지구 온난화는 산불로 인한 건강 부담을 증폭시키고 불평등의 양상을 변화시킨다’에 따르면, 산불 연기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급증해 2095~2099년에는 연간 1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이다. 이는 현재 수준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기사망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것이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서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전지구 산불 면적과 배출량을 미래 기후 시나리오별로 투영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가 특히 위험했다. 중배출 시나리오(SSP2-4.5) 기준으로도 세기말 사망자가 현재의 11배로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유럽과 미국도 같은 시나리오에서 현재보다 1~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중위도 북반구에서 산불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논문에서는 “특정 지역에 집중된 산불 연기의 건강 피해가 세기말에는 개발 수준과 무관하게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각국의 공조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