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압박…전쟁리스크·동맹 ‘고차방정식’
‘군함 파견’ 사실상 요구 … 청해부대 파견 등 시나리오 검토
전쟁 개입 위험-국회 동의-관세 리스크 중첩 등 복합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바로 거절하기도, 선뜻 수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 개입 위험과 한미동맹 사이에서 정부가 복잡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하면서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청와대 관계자는 “중동 상황 관련 매일 열리는 회의에서 (트럼프 군함 요청 등) 최근 상황에 대해서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피해를 보는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해 군함을 보내 해협의 개방과 안전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을 직접 언급하며 역할 분담을 요구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우선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 투입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회가 지난해 11월 처리한 청해부대 파견 연장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을 위해 작전 반경을 넓힐 수 있는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근거로 임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전면적인 군사 충돌 국면인 데다 다국적 연합 작전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파병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를 국익 차원에서 지렛대로 이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한미동맹, 우리 상선 보호, 파병 부대 안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법적인 검토를 해야 되겠지만 다국적군에 편성되는 사항에 대해선 국회 동의를 받는 절차가 맞다고 생각하고, 그 절차가 우리 국익 차원에서도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군함을 보내는 순간 한국이 이란의 적국으로 돌려질 수 있다는 점, 호르무즈 해협은 기뢰, 드론, 소형 고속정 공격 등 다양한 위협이 존재하는 해역이라는 점에서 파병 부대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라도 꺼내들 수 있는 관세 리스크,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인 점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변수들이다.
결국 정부는 미국의 공식 요청 여부와 다른 동맹국들의 대응, 중동 전황 등을 지켜보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되 한층 복잡한 결단 앞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