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농협회장 선거와 부가의결권 강화
최근 정부의 농협 감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이번에 제기된 농협중앙회장의 겸직이나 방만경영 문제는 그동안 쉬쉬했던 것들이 집중적으로 드러난 측면이 강하다.
이에 당정은 조합원 참여 방향으로 중앙회장 선출방식 개편 등 농협지배구조 개혁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역대 정부가 농협개혁에 노력했음에도 농협 문제가 다시 이슈화된 근본 원인을 찾아내어 정확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한계 드러낸 농협 중앙회장 선출 방식
1961년 군사정부가 주도해 농협중앙회를 출범시키다 보니 설립 초기 정부가 중앙회장을 임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를 계기로 1988년부터 농협중앙회장도 전체 회원조합장이 선출하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직선 중앙회장이 연달아 사법처리 되자 2009년부터 300여명의 대의원 회원조합장만 참여하는 간선제로 바꿨다. 이후 일부 대의원만 참여하는 선출방식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전체 회원조합장 직선제로 2021년 회귀했다.
그러나 회원조합장 직선제도 전국 1110개 농축협의 의사를 공평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14개 농협을 통합해 1만8000명 조합원을 가진 순천농협 같은 광역조합이 있는 반면 1000명 미달 조합도 많다. 그런데도 중앙회장 선거는 1인 1표제다. 다만 통합농협을 배려해 조합원수 3000명 이상 농축협에 2024년 1월 중앙회장 선거부터 2표를 주었다. 그러나 이 정도 부가의결권만으로 대기업집단보다 커진 중앙회를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인 1표가 원칙이나 부가의결권(Additional Voting Rights) 제도를 도입했다. 회원별로 협동조합의 규모와 조합원수를 고려해 투표수를 차별하되 상한선을 두어 균형을 유지한다. 투표수는 회원별로 최대 12표, 국가별로 최대 25표 차이가 난다. 최근 ICA 총회에서 한국 농협의 투표수는 8표, 대한민국의 투표수는 25표였다.
협동조합 탄생지인 영국도 지역 단위조합이 설립한 전국연합회는 조합 규모나 이용 실적에 따른 부가의결권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500만명 이상의 개인 조합원을 가진 영국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옵 그룹(Co-operative Group)’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의 회장 선출이나 주요 의사결정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전국 조합원 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진짜 농민과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국도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이나 경영에서 부가의결권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수 및 중앙회 경제사업 이용 실적에 따라 중앙회장 선거 시 조합의 부가의결권을 최대 10표까지 늘린다면 농협의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우선, 지지부진한 지역농협 통합의 동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농협개혁의 핵심과제로 지역농협을 500개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협합병촉진법을 제정하고 무이자 자금도 지원했다. 그러나 현재 지역농협은 916개에 달한다. 부가의결권 강화로 중앙회장 선거나 중앙회 경영에서 광역농협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면 영세조합의 통합도 촉진할 것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 농협 경제지주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작년에도 유통사업에서 7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이것은 회원 농축협이 중앙회 경제사업에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부가의결권 강화 시 회원 농축협은 중앙회 경제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경제사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경제지주도 민간 유통회사와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광역 농축협에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는 조합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개혁과정에서 진짜 농민과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