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신고에도 못 막은 스토킹 살인

2026-03-17 13:00:12 게재

경찰청, 감찰 착수 … 대통령 “국민 눈높이 못 미쳐”

전자발찌·접근금지에도 범행 … 영장심사 불출석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이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위험 신호를 알렸음에도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16일 “경찰의 부실 대응 여부에 대해 즉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며 “사건 처리 과정 전반을 신속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찰은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 이후 즉각 이뤄졌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책임자 감찰과 엄중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토킹·교제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와 전자발찌·스마트워치 연동 등 보호 체계 개선도 주문했다.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쯤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양평으로 도주했다가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검거됐으며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 피해자가 근무하던 식당 주변을 배회하다 범행 당일 차량을 가로막고 전동드릴로 창문을 깨고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고,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접근금지와 연락금지 조치가 적용됐지만 이를 위반한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제도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 이후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싼 비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이전 차량에서 위치추적 의심 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두 차례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난 1월 서울 노원구 한 정비업체에서 차량에 설치된 위치추적 장치를 발견해 신고했고, 2월에도 같은 의심 장치를 발견했다며 다시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와 출석 요구 외에 신병 확보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당시 경찰 보호 대상자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반복 신고와 폭력 전력이 있었음에도 위험도 판단과 보호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2013년 강간치상 사건으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아 2016년부터 착용 중이었으며, 지난해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한 특수상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는 17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법원은 피의자가 불출석하더라도 예정대로 영장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사건에서 반복 신고와 접근 위험 신호가 확인된 경우 신병 확보와 긴급 보호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잠정조치 위반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전자감시 체계의 실효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사건 대응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 감찰과 청문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성 범죄는 민감도가 높아 여러 부서가 협업해 대응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사건 처리 전반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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