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바뀐 권익위, 정상화 속도

2026-03-17 13:00:11 게재

‘대웅제약 민원 봐주기’ 국장 직위해제

‘김건희 명품백 사건 종결처리’ 진상조사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종결 처리 등으로 논란을 빚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정일연 위원장 취임 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권익위는 ‘대웅제약 민원 셀프 접수’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 A 국장을 직위해제했다. 지난 4일 정 위원장 취임 후 사태 수습을 위해 내린 조치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웅제약 민원 셀프 접수 사건을 폭로하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보톡스 원료) 도용 문제로 1심에서 400억원 배상판결을 받자 항소심에 유리하도록 권익위에 ‘해당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냈고, 유철환 전 위원장 지시로 권익위가 민원을 ‘셀프 접수’ 하면서까지 대웅제약의 민원을 처리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권익위는 해당 민원이 ‘사인간의 권리관계 문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송하고 종결처리했으나 유 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부활했다고 한다. 유 전 위원장 부임 직후 A 국장은 담당과장을 불러 ‘대웅제약 관련 위원장 관심민원을 취지에 맞게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담당과장은 조사관에 지시해 민원실에 민원을 재접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후 실무조사관과 담당 과장들은 수차례 ‘각하 의견’을 냈지만 유 전 위원장과 A 국장은 이를 묵살하고 대웅제약에게 유리한 조치가 내려지도록 담당자들을 여러차례 교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유 전 위원장은 당시 셀프 접수는 ‘본인의 지시가 아니다’라고 했고, 대웅제약도 “항소심에 활용하기 위해 고충민원을 신청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권익위는 올해 1월 자체 감사를 진행해 유 전 위원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A 국장에 대해선 ‘중징계 요구’ 의견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에 회부했다. A 국장은 징계위에 중징계로 회부된 상태임에도 그동안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 겸 고충처리국장직을 수행해왔다.

권익위는 또 자체 감사 결과 인사 비리를 적발해 전 사무처장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담당 직원 2명은 형사고발과 함께 중징계 요구로 징계위에 회부하고 6급 직원 1명은 경고 처분했다.

이들은 특정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 사무처장 주재 근무성적평가위원회에서 위원들에게 백지서명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들의 근무평가와 순위도 뒤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의 부패행위를 감시하는 권익위가 오히려 인사 비리를 저질렀던 셈이다.

권익위는 최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재조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일 정 위원장이 취임 후 첫 간부회의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TF를 구성해 조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 위원장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책임자에 대한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권익위가 이 사건을 종결처분한 후 김 모 국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TF에서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정 위원장은 회의에서 “모든 국민이 영상으로 명품백을 받는 장면을 봤는데 국민 인식 수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인 결정이 있었다”며 “직원들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고,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사건은 김 여사가 2022년 6월 재미동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의 청탁과 함께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과 화장품 등을 받은 사건이다. 참여연대 등은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최 목사 등을 권익위에 신고했지만 권익위는 해당 사건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종결처리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익위의 사건 종결 결정 뒤 해당사건 실무 책임자였던 김 전 국장은 세종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던 사실이 유서 등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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