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④ 김지수 맵시 대표
항해 판단을 AI로…신개념 해양네비게이션 개발
선박·항만 연결한 디지털트윈 기반 새로운 항해운항체계
선박 300만척 데이터 기반 … ‘2026 CES’ 혁신상 수상
SW와 장치 자체 개발, 극한 기상환경에서도 연속성 유지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해운산업은 한국무역의 99%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하지만 기술진화 속도만 놓고 보면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항해 중 판단은 항해사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한다. 사고 이후의 사후대응에 그치는 운영방식 역시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현장에서 체감한 항해사가 바다 위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해양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맵시’(Mapsea)는 전세계 선박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항해·안전·환경·운영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서 통합관리하는 디지털트윈 기반 AI항해시스템을 개발했다. 2026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맵시는 북극항로와 같은 극한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AI 항해기술로 ‘해양 AX(Advanced Transformation, 첨단전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경험의 영역이던 항해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문제로 전환하고 있는 맵시의 도전과 비전을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김지수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창업에 뛰어든 계기는
국립 부산해사고 항해과를 졸업한 뒤 외항선사에서 약 6년간 항해사로 근무했다. 중동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 세계 200여개 항만을 다녔다. 이후 영국 플리머스대에서 해운경영과 해사법을 전공하고 호주 시드니 로스쿨에도 진학했다. 법학 전공과정에서 여러 해상사고 판례를 분석하며 느낀 것은 사고의 본질이 개인의 실수보다 기술격차에 있다는 점이었다.
육지는 디지털기술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바다는 여전히 경험과 감각에 의존한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해상사고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로스쿨을 자퇴하고 창업했다.
●창업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보수적인 해운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일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선박운항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다. 창업이후 3년 동안 전국 주요 항만을 찾아 도선사와 항해사를 만나고 현장에서 나온 문제를 하나씩 제품설계에 반영했다. 또한 항해경험을 갖춘 전문가와 시스템 설계인력을 영입한 것도 시장신뢰를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CES 혁신상 수상한 핵심 경쟁력은
핵심은 ‘디지털트윈 기반 AI 항해구조’다. 기존 전자해도(ECDIS)는 선박위치를 표시하는 기능 중심이었다. 반면 맵시는 유빙, 기상, 주변선박 데이터 등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을 예측하고 최적항로를 제시한다. 특히 북극항로처럼 기상변화와 유빙변수가 많은 환경에서도 실제운항에 적용 가능한 ‘아이스 내비게이션’을 구현했다는 점이 CES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한 위치표시를 넘어 항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운항체계’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나.
해운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데이터 정보단절과 인적오류다. 엔진데이터 기상정보 항로정보 등이 각각 분리돼 있어 항해사가 여러 장비를 보며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판단 부담이 커지고 사고 가능성도 높아진다. 맵시는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디지털트윈으로 통합해 항해사와 육상관제팀이 동일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도록 설계했다.
실제 도입현장에서는 사고예방 효과와 함께 운항효율이 동시에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난관은
해상데이터를 육상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해상 위성통신 환경은 육상 네트워크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선박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도 자체 개발했다. 이 장치를 통해 외부 네트워크 의존도를 줄이고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AI 항해지원기능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극한 기상 환경에서도 데이터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CES 혁신상 수상이 가져온 변화는
글로벌시장에서 인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기술설명 중심의 미팅이 많았다면 CES 혁신상 수상 이후에는 실제 상용화와 도입을 전제로 한 논의가 크게 늘었다. 글로벌 선사와 투자자들과 협의도 구체화되고 해양 디지털전환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와 독일 법인을 거점으로 글로벌 기술검증 사업과 실제 납품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를 글로벌 해운물류의 거점으로 삼아 실제 운항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전사례를 구축하고 독일법인을 통해 유럽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항해지원을 넘어 물류·금융·보험까지 연결하는 글로벌 해양데이터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