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97% 더 비싼 나라장터”
감사원 ‘조달청 정기감사’ 결과
나라장터 42%, 시중가보다 높아
혁신·우수제품 제도 관리도 부실
조달청이 운영하는 쇼핑몰 ‘나라장터’에서 판매되는 물품 상당수가 시중가보다도 비싼 가격에 납품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수입산 제품이 고가의 우수제품으로 둔갑해 납품되는 등 공공조달 과정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조달청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달청은 공공기관이 미리 단가를 계약한 물품을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하도록 하는 다수공급자계약(MAS)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나라장터를 통해서만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조달청은 납품단가가 시중가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하지만 감사원이 나라장터 등록 제품 중 370개를 표본 분석한 결과 42%에 해당하는 157개 제품이 시중가보다 최소 20%에서 최대 297% 더 높은 가격에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망 전환장치의 경우 시중가는 8만8000원 수준인데 나라장터 납품가격은 34만9600원에 달했다.
업체들은 설치 조건이나 규격을 일부 변경하는 방식으로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들어 고가 납품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조달청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전체 등록 제품의 98%에 대해선 기본적인 가격 모니터링조차 하지 못하는 등 가격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감사기간 중 128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71개 기관(55%)은 나라장터 가격이 시중가보다 전반적으로 비싸다고 답했고, 101개 기관(79%)은 의무구매제도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조달청은 지난해 11월 MAS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개선에 나섰지만 감사원은 재정경제부와 조달청에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조달청 등 16개 기관이 운영 중인 혁신제품 지정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활용된 사례도 적발됐다. 혁신제품 지정제도는 초기 판로 지원이 필요한 상용화 전 시제품 등 혁신적이고 공공성이 있는 제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기관별로 세부기준이 없다보니 이미 우수제품으로 납품된 실적이 있는 11개 상용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7~2021년 우수제품으로 지정돼 267억원의 납품 실적을 올린 제품이 2021년 혁신제품으로 다시 지정돼 수의계약으로 270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한 사례도 있었다. 특허권이 소멸됐는데도 혁신제품 지정이 취소되지 않는 등 사후관리도 소홀했다.
기술·품질이 높은 중소기업 제품의 공공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우수제품 제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달청은 특정품명·기업의 우수제품 납품 비중이 과도할 경우 경쟁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판단할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11개 제품의 납품액 비중이 90%를 초과하는 등 독과점화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조잔디의 경우 2067억원의 공공납품액 중 92%가 우수제품 수의계약으로 납품됐고, 샌드위치패널은 1개 업체가 우수제품의 99%, 공공조달의 93.6%를 차지했다.
1대당 5000만원에 수입한 중국산 청소차를 도색, 액세서리 부착 등만 달리해 6개 지방자치단체에 1대당 1억8000만원에 납품하는 등 저가 수입 제품을 단순 가공해 우수제품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밖에 조달청이 법적 근거 없이 퇴직자가 재취업한 기관에 총 452억원 규모의 내부정보 시스템 유지·관리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위탁한 사례를 적발해 주의 요구하는 등 주의요구 3건, 제도개선·관리강화 통보 15건 등 18건을 조치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