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은 국민 삶 지키는 최후 보루…‘적극재정’으로 대전환”

2026-03-23 13:00:01 게재

박홍근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따뜻하고 유능한 재정운용’ 3대 과제 제시

국채 발행 없는 4월 추경 … 핀셋지원 주력

‘5극3특’ 지역균형발전·촘촘한 안전망 약속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적극재정’을 통한 경제도약과 민생 회복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박 후보자는 재정을 나라 곳간 관리가 아닌,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유능한 도구’로 정의하며 재정 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박 후보자는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은 과거에 안주할 것인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도약을 이룰 것인지 결정짓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한 ‘따뜻하고 유능한 재정운용’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박 후보자가 이날 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되면 이재명정부 초대 예산 수장이 된다.

기획예산처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올해 1월 2일 출범했다.

박 후보자가 장관직에 취임하면 옛 기획예산처(1999~2008년)까지 포함해 외부·비관료 출신의 정치권 인사가 예산당국 수장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 선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적극재정·지역균형·디지털혁신 = 박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장관 취임 시 추진할 3대 중점 과제로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모두가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유능하고 투명한 재정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와 중동발 에너지 쇼크로 위축된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재정은 위기 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반도체·AI 등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와 함께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위한 ‘민생 타깃형’ 예산 배분을 약속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다. 박 후보자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5극 3특’(5대 권역, 3대 특별자치권) 체제를 기반으로 한 메가시티 전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극 3특’은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의 5대 권역과 제주, 전북, 강원의 3대 특별자치권을 기반으로 한 권역별 성장 엔진 육성안이다.

그는 “주요 재정 사업에 지방 우대 원칙을 제도화하겠다”며 초광역 특별계정 신설과 지역 자율형 포괄 보조 예산 확대를 예고했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배분하던 방식에서 지역이 직접 기획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지방 주도형 예산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초광역 특별계정 신설과 지방 자율형 보조사업 확대 등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성장의 과실이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지방의 골목골목까지 닿도록 하겠다”며, 초광역 협력 사업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 확대를 시사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 강화도 주요 화두였다. 박 후보자는 대전환의 파고 속에서 소외된 청년, 장애인, 비수도권 주민들을 언급하며 “사회안전 매트를 더욱 촘촘하고 두텁게 만들어 ‘모두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로 재정 투명성 제고 =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혁신 방안도 구체화했다. 박 후보자는 한국은행과 협조해 블록체인 기반의 ‘예금토큰’을 국고보조금 집행에 도입, 부정수급을 원천 차단하고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행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재정의 디지털 대전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국가의 곳간은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며, 재정 운용의 전 과정에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열린 재정’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자세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답을 주는 장관이 되겠다”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 서면답변을 통해서도 ‘적극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건전성 확보라는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후보자는 현 경제상황을 ‘구조적 복합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성장잠재력 확충과 민생 안정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관료 조직의 보수적인 예산 편성 관행에서 벗어나,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는 ‘공격적 재정 운용’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저성장, 인구절벽, 기후 위기, 지방 소멸, 불평등을 5대 핵심 과제로 꼽았다. 박 후보자는 “예산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국민의 삶 그 자체”라며, 사회적 약자 보호와 미래 투자 예산을 최우선순위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건전재정 지키는 추경 강조 = 최대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실용적 접근’을 택했다. 박 후보자는 중동 사태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민생 고통 분담을 위한 4월 추경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추경이 상시적인 재정 운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에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추경이 추진될 경우 △고유가 대응을 위한 물류·유류비 부담 완화 △서민·소상공인·농어업 민생 안정 △수출기업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기 부양보다는 ‘중동전쟁 피해 계층 지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재원조달은 추가세수를 거론했다. 박 후보자는 “추가 국채 발행 없이 1월의 양호한 세수 실적과 초과 세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시장 금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고유가와 고물가로 고통받는 화물 운송업자, 농어민, 소상공인에게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타깃형 핀셋 지원’에 화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물가 영향에 대해서는 “추경을 통한 지출 확대는 통상적으로 총수요 증가를 유발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경제여건·지출성격·정부정책 등에 따라 확장적 재정정책과 추경의 물가 영향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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