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 성분으로 배터리 만든다
DGIST 김진수 교수팀 개발
파라핀 활용 건식 전극 기술
디지스트(DGIST) 에너지공학과 김진수 교수 연구팀이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을 활용해 배터리 제조 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건식 전극 바인더 기술을 개발했다. 공정 비용을 낮추고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김진수 교수 연구팀은 24일 파라핀 기반 소재를 적용해 건식 전극 공정의 핵심 난제로 꼽혀온 접착력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배터리 산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습식 전극 공정에서 건식 전극 공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습식 공정은 배터리 재료를 유기용매에 섞어 슬러리 형태로 만든 뒤 코팅·건조하는 방식으로, 높은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 운영비 부담이 발생한다. 또 건조 과정에서 소재 이동이 불균일해 두꺼운 전극 제조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건식 공정은 입자 상태의 소재를 압착해 전극을 만드는 방식으로 공정 비용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 테슬라는 올해 1월 양극과 음극에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한 ‘4680 배터리셀’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존 건식 공정에 사용되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바인더는 높은 가격과 과불소화합물(PFAS) 환경 규제, 낮은 접착력 등의 문제로 별도 습식 접착 공정이 필요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라핀을 활용한 새로운 바인더를 제안했다. 실험실용 밀봉 필름인 파라필름(Parafilm M)의 주성분이 파라핀과 폴리에틸렌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를 건식 전극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파라필름은 약 60℃ 저온에서 활물질을 고정할 수 있어 별도의 습식 접착층 없이도 전극 제조가 가능하다. 비용은 기존 PTFE 대비 약 95% 절감되고, 지구온난화지수(GWP)도 약 1/220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전극 내부에서 바인더가 균일하게 분포해 이온 전달 특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넓은 전압 범위에서도 산화·환원이 발생하지 않는 안정성을 보였으며, NCM811 양극재 기준 1000회 충방전 이후에도 성능 저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4㎝ 규모 파우치셀 제작과 트윈스크류 연속 압출 공정을 통해 상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현재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이다.
김진수 교수는 “파라필름 바인더는 건식 공정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지속가능한 배터리 제조 기술 확보를 통해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과 DGIST 스타트업 펀드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김민경·유태균·장성빈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25년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