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산운용 새주인 찾기…인수 건설사 ‘대주주 적격성’ 논란

2026-03-24 13:00:02 게재

제일건설,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제재 이력

운용펀드 7조 중 부동산 1.3조 … 이해상충 우려

인수자 교체 추진에 금감원 제동 의혹도 불거져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자산운용의 인수를 둘러싸고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무궁화신탁이 계열사인 현대자산운용의 매각을 서두르면서 자금조달이 시급한 틈을 이용해 금융회사 인수 자격이 의심스런운 업체들이 새주인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해 수개월 동안 사전 심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승인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제일건설과 오케이로지웰 컨소시엄을 현대자산운용의 대주주로 변경하는 승인 심사를 이달말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수개월간 사전 협의를 거쳤고 최근 대주주 변경 신청을 접수받아 심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제일건설과 오케이로지웰 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사전 협의가 계속 늦어지면서 무궁화신탁을 위탁경영하고 있는 SK증권은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방안을 추진했다. 금감원에도 이 같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인수자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고 제일건설과 오케이로지웰 컨소시엄이 써낸 인수 가격 보다 20억~30억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교체 추진에 대해 SK증권측에 심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는 업체에 우호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일건설과 오케이로지웰 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진행 일정을 전달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무궁화신탁의 재무구조 개선이 급선무인 만큼, 신속한 매각에 무게를 두고 심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최종 결정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결되는 만큼 현대자산운용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건설사, 금융사 인수 추진 =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제일건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 소유 계열회사인 제이제이건설·제이아이건설에 일감을 몰아준 것과 관련해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96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시행사업) 및 건설(시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소위 ‘벌떼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풍경채’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영위했다”고 밝혔다. 벌떼입찰은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는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다수의 계열사 및 비계열 협력사들을 동원하여 참가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이고,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역량이 없는 상태였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일건설의 지원행위로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고,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인 3년간 300세대 주택건설 실적을 충족해 실제로 각각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실시한 공공택지 입찰에 제이제이건설은 총 113건, 제이아이건설은 총 102건 참여했으며, 각각 1건씩 당첨돼 막대한 시행이익을 확보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또 제이제이건설이 2018년 배당을 실시해 총수일가에 100억원을 지급하며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건설사 사금고화’ 위험, 강도 높은 검증 필요 = 금감원은 제일건설과 오케이로지웰 컨소시엄이 제출한 자금 조달 계획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경기 악화로 제일건설의 현금흐름이 저하된 상황에서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자금 조달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히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또는 부동산PF 연계 차입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제일건설이 추진한 경기도 동탄2신도시의 문화복합시설인 ‘워터프론트콤플렉스’ 등과 관련한 자금 부족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워터프론트콤플렉스는 문화집합시설로 추진됐다. 제일건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제안서에 문화시설 설치 등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문화공간을 대폭 폐지·축소한 이후 설계를 상업시설 분양 위주로 바꿔 논란이 됐다. 당시 응모에서 탈락한 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제일건설이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해 자금난을 타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의 운용펀드 설정규모는 7조4008억원으로 이중 부동산 관련이 1조3360억원에 달한다. 이해상충 우려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사가 현대자산운용의 대주주가 될 경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회사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으로 인해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이 필요하다.

◆컨소시엄 참여업체 '대부업 운영' 다른 대안 없나 = 제일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오케이로지웰은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금융회사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OK금융그룹은 2014년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10년 이내에 대부업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했고, 실제로 대부업 영위 회사를 모두 폐업 신고했다.

오케이로지웰은 기업의 배송·물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물류 아웃소싱 회사이지만, 대주주가 하츠만투자대부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하츠만투자대부의 대부업 등록 유효기간(통상 3년 후 갱신)은 내달 14일까지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 폐업 조건으로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신탁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현대자산운용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의 시급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무궁화신탁과 SK증권이 제일건설과 오케이로지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배제하고 신규 인수자를 구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고 인수자금을 더 투입할 수 있는 신규 인수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소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대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의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문제가 된 건설사에 자칫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는 현대자산운용을 매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새로운 인수자가 있다면 다른 대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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