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침몰하는 보수, 그 끝은 어디인가

2026-03-25 13:00:04 게재

추락하는 보수는 날개도 없는가. 지금 대한민국 보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서다. ‘시대교체’ ‘세대교체’를 내걸며 혁신공천을 장담했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오히려 ‘윤 어게인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활짝 길을 터주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절윤(節尹)’을 선언하고 채택한 결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다.

이는 단순한 지방선거 전략의 실패를 넘어 보수정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가치와 도덕적 가이드라인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스스로 보수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헌법가치를 수호해야 할 보수가 내란세력을 내재화하는 순간, 보수는 더 이상 보수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극우의 보수정당 사유화 자체가 보수의 비극

보수의 침몰 양상은 국민의힘이 쇄신과 외연확장을 내걸고 추진한 ‘청년 오디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청년인재’를 발굴해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삼겠다는 취지의 온라인 투표는 그야말로 ‘윤 어게인 자랑대회’로 전락해버렸다. 상위에 오른 후보들 상당수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거나 극우 유튜브에 출연한 인물들이다. 고성국 등 강성 보수 유튜버들은 특정 후보를 ‘진정한 우파 청년’으로 추켜세우며 지지를 호소했고, 극우 커뮤니티와 단톡방을 중심으로 ‘애국청년 리스트’가 나돌았다고 한다.

오디션 과정에서도 정책대결이나 쇄신에 대한 주제보다 “비상계엄 당시 당의 대처가 옳았는가”라는 식의 사상검증식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보수가치를 내세우거나 당의 우경화를 비판한 청년들은 ‘배신자’ 혹은 ‘좌파 첩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극우의 언어를 내면화한 이들만 환호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청년인재 오디션 사태는 ‘보수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극우의 세대전이’가 일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청년정치가 오히려 강성 지지층의 인질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이런 사태가 당 지도부의 묵인과 방조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대구시장 후보 공천도 마찬가지다. 애초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극우 성향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꽂아넣을 계획이었던 모양이다. 이씨는 한 술 더 떠 고성국씨와 선거판을 누비며 자신의 극우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 그랬던 이씨를 컷 오프(cut-off)시킨 것은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를 막고 미운털이 박힌 주호영 의원도 날리기 위한 양수겸장의 카드로 읽힌다. 이씨는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지만 실제는 대구 보궐선거 공천을 전제로 한 ‘약속대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보면 장동혁 지도부의 의도는 처음부터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구도상 이번 선거는 어차피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 만큼 승부에 연연하기보다 당의 기반을 극우로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 △‘당심 80%’라는 전대룰에 의거해 선거 참패 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같이 나름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이들을 제명하거나 공천에서 배제하려 했던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쨌건 국민의힘의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보수의 비극은 대표보수당의 토대 자체가 극우세력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합리적 보수가 밀려난 자리에 '극우 포퓰리즘'이 똬리를 틀고 앉았다. 이들은 선거 승리라는 목표는 내팽개친 채 진지만 장악하면 된다는 확증편향의 늪에 빠져 ‘집단적 자폐’의 길을 걷고 있다.

파멸적 극우로 방향 잡은 보수정당의 미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보수가 어디까지 침몰할 것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 침몰이 지방선거 패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현재의 공천잡음은 그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개혁하기 위해 보존한다’는 에드먼드 버크식 정통 보수주의 가치를 깔아뭉개고 파멸적 극우로 방향을 잡은 보수정당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다. 장동혁 지도부나 그의 귀를 잡고 있는 윤 어게인 세력들은 정말 당을 극우화시키면 선거 참패의 폐허에서 다시 당권을 잡을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선장 자리를 지킨들 그 끝은 차가운 심해일 뿐이다. 극우화라는 파도에 당을 맡긴 후과는 ‘보수의 재건’이 아니라 ‘역사의 퇴장’이 될 것이다.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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