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충격에 주요국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2026-03-25 13:00:25 게재

미국 3월 S&P 글로벌 종합 PMI, 11개월 만에 최저

유로존 HCOB 종합 PMI 둔화 … 인플레 위험 고조

사모대출 펀드런 지속 … 운용사 환매 제한 잇따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충격에 주요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구매관리자지수가 둔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위험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월가에서는 사모 대출 시장에 대한 신용 위험이 커지면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운용사들의 환매 제한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투자회사 KKR이 운용하는 사모대출펀드의 신용등급을 ‘투기’(Junk)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너지 공급 차질에 성장 둔화·물가 상승 동시에 = 24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3월 미국과 유럽, 일본의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하락했다. 호주는 경기 위축 국면에 진입했고, 인도 제조업 활동도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실물 경제에 투영된 첫 번째 지표에는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S&P 글로벌 PMI는 각국 기업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로 중동 분쟁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3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1.4로 전월 51.9보다 하락하며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상승(51.6→52.4)한 반면, 서비스 PMI는 하락(51.7→51.1)했다. 이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다. PMI는 50을 웃돌면 전월 대비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물가 상승 압력은 다시 강해졌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민간 부문의 평균 투입 비용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에서 병목이 발생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평균 판매가격 상승률은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S&P는 “서비스 부문에서 2022년 8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상품 가격은 지난 8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고 전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PMI 예비치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반갑지 않은 조합의 조짐을 가리키고 있다”며 “PMI 가격 지표는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4% 수준으로 가속화될 것임을 가리키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으로 이동할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생산기대치, 러·우 전쟁 이후 최대 하락 = 유로존 21개국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2026년 3월 HCOB 종합 구매관리자 지수(PMI 속보치)는 50.5를 기록했다. 2월의 51.9에서 하락했고,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51보다 더 부진한 수치로 10개월래 최저치다. 유럽연합(EU)에서 3월 민간 부문 성장은 사실상 정체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로존 제조업의 투입 가격과 산출 가격 지표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가별로 프랑스의 기업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고 독일 민간 부문 성장은 3개월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다.

반면 물가 압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투입 비용 인플레이션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영국 제조업 가격 지수는 1992년 이후 최대 폭으로 뛰었다.

이번 지표는 3월 후반 조사 결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기업 심리 악화를 반영한다. 특히 에너지 공급 차질이 주요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수치가 스태그플레이션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요에서는 핵심 지표인 신규 수주가 8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서비스 부문 부진이 주된 요인이다. 제조업 수주는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생산지수는 51.9에서 51.7로 낮아졌다. 기업 신뢰 약화와 신규 수주 감소로 생산 증가세가 거의 정체 수준까지 감속했다. 고용은 3개월째 줄었다. 특히 제조업에서 2023년 6월 이후 매달 인력이 감소했다. 서비스업 고용은 소폭 늘었으나 증가폭은 작년 9월 이후 가장 작았다. 기업 심리는 크게 악화했다. 향후 1년 전망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긍정 영역에 머물렀지만 거의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낙폭은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다. 향후 생산 기대도 크게 낮아졌다.

◆무디스, KKR 사모대출펀드 ‘투기등급’으로 하향 = 한편 미국 월가에서는 사모대출 시장을 향한 신용 위험성 경고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사모대출 펀드런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운용사들은 환매를 제한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아폴로 매니지먼트에 이어 24일(현지시간) 아레스 매니지먼트도 일부 사모 대출에 환매 제한 조치를 취했다. 고객들의 사모 신용 대출에 대한 환매 요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가운데 운용사별로 연쇄적인 환매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투자회사 KKR이 운용하는 사모대출펀드 FS KKR의 신용등급을 ‘투기’(Junk)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FS KKR의 지속적인 자산 건전성 문제를 반영했다”라고 하향 사유를 설명했다.

FS KKR은 투자회사 KKR이 운용하는 뉴욕 증시 상장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로, 주로 미국의 중견 기업을 상대로 한 사모대출 투자를 주된 투자 전략으로 삼는다. 사모대출 시장의 신용 위험성 우려가 커진 가운데 FS KKR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사모대출 펀드에서 돈을 빼내려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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