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외환 신고 ‘확인의무’ 공방
800여회 외환법 위반 혐의로 재판
세관 지침 인식·고의성 여부 쟁점
관광·레저기업 파라다이스가 고객의 외화 환전 과정에서 필요한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파라다이스 법인과 전·현직 영업회계 담당 직원 홍 모씨와 김 모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을 지난해 2월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영업회계 팀장이었던 홍씨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09차례에 걸쳐 원화 기준 177억2900만원 상당의 미화를 거래하면서, 2만달러를 초과하는 외환 매입 시 해당 외환 취득이 신고 대상인지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후임인 김씨 역시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07차례에 걸쳐 393억9000만원 규모의 외환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해당 외화가 신고 대상인지, 허가나 신고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제10조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이 고객과 외국환거래를 할 때 해당 거래나 지급·수령이 법에 따른 허가를 받았거나 신고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환전업자는 외화 취득의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증빙으로 보관해야 한다”며 “관세청이 매년 관련 매뉴얼을 배포하고 서울세관도 공문을 통해 준수사항을 고지했음에도 파라다이스측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구두 확인만으로는 법이 요구하는 확인 의무를 충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라다이스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구두 확인’이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이날 “환전 창구에서 고객에게 신고 여부를 지속적으로 구두로 확인해 왔고, 안내문 등을 통해 관련 의무도 고지해왔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측 변호인도 “세관이 2024년 이전까지 신고필증의 확인·보관을 명확히 요구하거나 별도의 행정지도를 한 적이 없고, 관련 공문 역시 정기 안내 수준에 그쳐 변경 사항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세관 검사 이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뒤에는 시스템을 개편해 신고필증을 엄격히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도 “지침을 명확히 인식했다면 즉시 업무 방식을 변경했을 것”이라며 이전의 미비점은 고의가 아닌 법령 해석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의 구체적 범위와 고의성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다음 기일은 오는 4월 16일로 지정됐다.
한편 파라다이스측은 이번 사안이 "환전영업자의 확인 의무 범위에 대한 법리적 해석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검찰이 제기한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최근 인천지방법원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는 외국환거래법 제10조 및 관련 규정을 철저히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로 환전 과정에서 요구되는 확인 절차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