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⑤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
삼성SDS 개발자 출신…누구나 3D 콘텐츠 만들 길 열어
‘뉴로이드’ 개발 … 글자·이미지만 입력해도 3D영상 제작
애니메이션 공정 통합 … 어도비·LG·구글과 협력구축
“AI콘텐츠플랫폼 세계표준 ”… 올해 100억원 투자 목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영상을 찍고 올리는 시대다. 콘텐츠 제작의 문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3D만은 예외다. 복잡한 데이터 구조, 고가장비, 숙련인력 의존 등 3D 콘텐츠는 여전히 소수 전문가 영역으로 남아 있다.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는 그 ‘벽’ 앞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삼성SDS에서 10년 이상 개발자·사내벤처 대표·인공지능(AI) 신사업 리더로 지냈다. 2022년 창업 후 인공지능 기반 3D모션 콘텐츠제작 서비스 ‘뉴로이드’를 출시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3개 부문 혁신상과 함께 최고혁신상까지 거머쥐었다. 어도비 플러그인 공급계약, 엔비디아 인셉션선정, LG전자·LG유플러스 협업까지 성사시켰다. 이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유수연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만났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삼성SDS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영상생성 인공지능 기반 기업용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그 과정에서 ‘3D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상생성의 품질도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을 깨달았다. 2D 이미지와 영상은 픽셀 값의 조합이라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다. 반면 3D는 공간좌표 데이터 구조자체가 훨씬 복잡하고 제작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한 영역이기도 했다.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핵심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반 3D·모션 콘텐츠 제작 플랫폼 ’뉴로이드‘다. 글자와 이미지를 입력하면 3D로 사물과 동작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편집·변환·활용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가 영상소스를 뽑고 편집한 다음 3D로 변환하기 위해 여러 도구를 전전해야 했던 과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전문장비나 숙련된 기술 없이도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것도 기술보다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해냈다는 점이었다.
●빅테크와 어떻게 차별화하나.
독자 모델로 수조원을 쏟아붓는 빅테크와 정면 경쟁하는 건 의미없다. 네이션에이는 ’좋은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좋은 모델을 가장 잘 사용하게 하는 도구회사‘를 지향한다.
용도별 최적모델을 조합하는 지능형 통합전략으로 유저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운영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어떤 새로운 모델이 나와도 사용자는 뉴로이드 안에서 골라 쓸 수 있고 사용설정과 제작이력이 플랫폼에 축적된다. 가볍고 빠른 3D 생성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시장 반응은
서비스 출시 초기 로블록스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먼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빠른 속도로 100만 사용자를 확보했고 그것이 첫번째 신뢰자산이 됐다. 최근엔 개인사용자 지표가 더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애니메이션 제작플랫폼 ’글레이즈‘를 출시했다. 하루 평균 체류시간이 2시간 40분이고 개인 사용료도 평균 5만원 수준이다. 기업대비 개인지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용 제작도구에서 개인용 창작플랫폼으로의 확장가능성을 실제수치로 확인하고 있다.
●어도비 LG 구글 등과 협력관계는 어떻게 성사됐나.
혁신상은 단순홍보가 아니라 해외고객의 신뢰를 높였다. 어도비와는 두차례에 걸쳐 플러그인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어도비 공식사이트에 뉴로이드 플러그인을 정식 등록했다. 어도비가 보강하려는 3D 기능을 네이션에이가 채워주는 형태다.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 선정과 LG전자·LG유플러스와의 협업도 이런 신뢰자산이 축적된 결과다.
●정부 지원정책에 아쉬운 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같은 제도는 초기 기술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다만 AI스타트업은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딥테크 특성상 초기연구비와 우수인재 확보에 드는 비용이 크다.
글로벌인재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붙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초기 성장단계투자(시리즈 A) 전후 자금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
●10년 후 네이션에이의 모습은
단순한 AI콘텐츠플랫폼을 넘어 세계표준을 만드는 해당분야 1위 기업이 목표다.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례로 언급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조직은 규모보다 인재밀도를 중시한다. 20명 이내 팀으로 운영하면서 인공지능을 만드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