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중 금융디커플링 가속화하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안전통로를 만든 13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0여척에 불과하다. 대부분 이란 선박이지만 중국 안후이성 해운사 소유의 ‘뉴보이저’호도 지난 23일 통과했다. 중국은 중동전쟁 중에도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국가임을 보여준 사례다. 중동사태는 에너지가격과 제조비용 경쟁력면에서 중국에 기회요인인 셈이다.
두바이산 원유 현물 가격은 지난주 말 기준 배럴당 169.8달러다. 중동전쟁 직전의 70.7달러에 비해 2.4배 올랐다. 1986년 관련 데이터 집계 이후 최고치다. 유럽의 브렌트유 선물과 미국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1.5배 상승한 것과도 큰 차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0%다. 90%인 일본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원유 정제설비나 운송 인프라를 중동산 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조달 구조를 바꾸기도 어렵다. 러시아 중남미산 원유를 싸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중동전쟁 와중에도 에너지 확보할 수 있는 국가
중국의 올해 2월 말까지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21.8%다.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7.1%의 3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만 2136억달러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1조2000억달러의 흑자 규모를 능가할 수 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에도 4%대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유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30%의 실효 관세율을 적용하는 바람에 1, 2월 대미 수출은 11%나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아세안(29.4%), 유럽연합(27.8%), 한국(27%), 호주(29.4%)로의 수출증가세는 폭발적이다. 특히 반도체(72.6%), 자동차(67.1%), 조선(52.8%) 등 품목이 수출 증가를 견인한 점도 특징이다.
최근 3년 만의 위안화 강세는 수출 호조의 결과다. 위안화 가치는 올해에만 달러화 대비 3% 정도 올랐다. 지난해 4% 상승률을 고려하면 급격한 강세다. 물론 지난해 달러가 주요국 통화대비 4% 하락한 영향도 있다. 중국이 수출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지해온 과거의 외환정책 기조와는 크게 달라진 모양새다. 한마디로 강한 위안화로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내수시장을 부양하려는 의도다.
지난 수년간 거대한 내수시장을 활용해서 소비주도형 성장을 이루려 했으나 역효과만 낸 것도 알고 보면 환율 때문이다. 올해 시작한 15차 5개년 계획에도 내수확대를 위한 강 위안화 정책 내용을 담았을 정도다. 위안화를 약세로 유지하면 투자자금 유출은 물론 수출기업마저 자금을 본국으로 들여오는데 소극적이란 이유에서다.
중국은 특히 작년부터 글로벌 자금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3월 초 선물환 매매에 대한 외환 위험준비율을 20%에서 0%로 인하했다. 준비율을 제로로 낮추면 기업의 선물환 헤지 수요도 늘기 마련이다.
게다가 위안화 강세는 중동발 유가급등 충격을 막는 효과도 있다. 고유가는 수입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중국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강세 정책은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 사이클이 상승 예상으로 변한 데다 페트로 달러에 대한 신뢰도도 예전만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외환시장과 자본 흐름 변화에 대비할 때
게다가 이란과의 원유수입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등 국제화 속도도 높이는 추세다. 인민은행 총재도 최근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기조연설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 의지를 강조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통화 패권경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 양국은 무역갈등에 이어 중동에서 맞서며 정상회담조차 연기했다. 미중 금융디커플링이 가져올 글로벌 외환시장과 자본 흐름 변화에 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