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엔진 고장’ 67억 항소심 내달 선고

2026-03-26 13:00:33 게재

방사청, HD현대측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1심선 패소

‘진동 흡수장치 문제냐, 애초 진동발생할 구조냐’ 쟁점

해군 최신예 함정 디젤엔진 손상 책임을 둘러싼 방위사업청과 HD현대 계열사 간 법적 공방이 항소심 판단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방위사업청이 디젤엔진 제조사인 HD현대마린엔진과 함정 건조사인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67억원 손해배상 청구 사건 항소심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15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1심 선고에서 방사청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바 있다.

방사청은 2010년 12월 HD현대마린엔진과 ‘LST-II 상륙함’ 디젤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13년 10월 후속 상륙함 엔진 공급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HD현대중공업은 상륙함 건조와 장비 설치를 맡았다. 2013년부터 엔진이 순차 납품된 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상륙함이 해군에 인도됐다.

하지만 상륙함이 해군에 인도돼 운용되던 2020년 엔진 하부의 탄성마운트(진동 흡수 장치) 변형, 엔진과 감속기를 연결하는 유연커플링(회전축 연결 부품) 손상이 확인됐다. 일부 상륙함은 전속 항해가 어려운 수준까지 손상이 진행됐다. 탄성마운트는 엔진 진동을 선체로 전달하지 않도록 흡수하는 장치이고, 유연커플링은 엔진과 감속기 사이의 축 정렬 오차를 보정하며 동력을 전달한다. 즉 두 부품 모두 진동을 완화하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완충 시스템’이다.

방사청은 손상에 따른 정비비용 등을 근거로 HD현대마린엔진·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2022년 6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HD현대마린엔진측에는 탄성마운트 내구성 및 설계 하자를, HD현대중공업측에는 축 정렬 불량을 각각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HD현대측은 탄성마운트는 고무 재질의 소모성 부품으로 변형은 자연적 현상이며 설계상 하자는 아니라고 맞섰다. 또 커플링 손상은 별도의 구조적 문제(진동 등)에 기인한 것으로 엔진 자체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HD현대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탄성마운트는 운용환경이나 하중, 유지관리 등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며 “단순한 처짐이나 변형만으로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손상의 원인이 상륙함 추진축계의 구조적 특성에서 발생한 진동 문제일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상륙함에 ‘유체커플링’이 적용되지 않았고 그 결과 특정 조건에서 비선형 진동이 발생하면서 반복 하중이 누적돼 마운트와 커플링이 함께 손상됐을 가능성이다. 유체커플링은 엔진과 감속기 사이에서 기계적으로 직접 맞물리지 않고 오일(유체)을 매개로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인데, 방사청은 설계 단계에서 HD현대측에 유체커플링을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법원은 특히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봤다. 일부 엔진에서는 마운트 변형 없이 커플링만 손상된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마운트 변형이 있어도 커플링이 정상인 사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마운트 하자와 커플링 손상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내달 항소심에서도 진동을 흡수하는 장치가 문제였는지, 애초에 진동이 발생하는 구조가 문제였는지가 핵심쟁점이다. 이 판단에 따라 제조사·조선사 책임인지, 발주기관 책임인지 경계가 갈릴 전망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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