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44 여수 낭도 둘레길

모양이 이리 닮았다는 낭도에 공룡발자국

2026-03-27 13:00:10 게재

낭도는 60여년 전까지 ‘카니발’ 같은 행사가 열리던 섬이다.

섬 사람들이 모두 가장(假裝)을 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즐기던 축제 ‘낭도 카니발’은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때 행해졌다. 일반적인 달집태우기와는 달리 낭도의 달집태우기에는 가장을 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었다.

여성들은 남장을 하고 남성들은 여장을 했다. 여자는 갓을 쓰고 남자는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나와 달집을 태우고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전문적인 연희 패거리에서 하는 탈춤 같은 가면극이 아니라 일반 주민이 참가하는 행사였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낭도에 실존했던 풍습이다. 낭도 카니발은 낭도 처녀 총각들이 짝을 맺는 연애의 시간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해방구였다.

평상시 수줍어하던 처녀들도 이날은 남자가 되어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총각에게 구애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낭도 카니발이 다시 재현된다면 얼마나 멋진 행사가 될까. 생각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축제가 될 것이다.

낭도에는 백섬백길 17코스인 낭도둘레길(4.4㎞)과 4개의 등산 코스가 있다. 사진 섬연구소 제공

낭도는 여수와 고흥 사이에 있는 섬이다. 그 모양이 이리를 닮았다 하여 낭도(狼島)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해안선 길이 19.5㎞의 아담한 섬이다.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도 사이에 있는 4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자동차로도 갈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조선왕조의 공도정책으로 비워져 있던 낭도에 다시 사람의 거주가 시작된 것은 임진왜란 직후 강릉 유씨가 들어와 정착하면서 부터다. 낭도는 인근의 사도와 함께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유명하다. 낭도 화석들은 청석금 해변에 있는데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 때라야 볼 수 있다.

낭도에는 다양한 걷기 길이 있다. 백섬백길 17코스인 낭도둘레길(4.4㎞)과 4개의 등산 코스가 있다. 낭도 둘레길은 여산마을 낭도항에서 시작해 장사금해수욕장, 역기미 삼거리, 규포마을을 지나 다시 낭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둘레길은 해안가를 따라 쌍용굴, 신선대 천선대 남포등대를 아우르는 길이다. ‘써목싸목’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더 걷고 싶은 사람은 등산로를 따라 낭도의 최고봉은 상산(280m)까지 올라보는 것도 좋다. 산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오르기 쉽다.

상산 가는 길의 명물은 500년 된 소나무다. 그늘 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나무다. 이 나무 아래 앉아서 바라보는 여수 바다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다.

이 나무는 옛날 낭도에서 고된 머슴살이를 하던 이들의 사랑방이자 피난처였다 한다. 땔감을 하던 머슴들은 이 소나무 아래 쉬며 고달픔도 잊고 주인 흉도 보며 시름을 달랬을 것이다. 상산 가는 길에 마주하는 건너 섬 사도의 풍경 또한 절경이다. 상산 정상에는 봉수대터가 있다. 봉수대는 통신 수단이었다. 봉(烽)은 밤에 불을 피워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수(燧)는 낮에 연기를 피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낭도에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섬의 역사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모소금은 바위에 바닷물이 고여 소금이 되면 식용으로 이 소금을 채취했던 곳이고, 고막포는 고막(꼬막)이 많이 서식했던 곳이다. 도낙포는 옛날에 낙지가 많이 잡혔던 곳이다.

집뚜개[浦]는 해안 모양이 지붕처럼 생겼다 해서 집뚜개고 강남금이는 강낭콩 재배가 잘 됐던 곳이다. 여산마을 동북쪽의 이서나무끝은 옛날에 이서(자두)나무가 많이 자생했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답동은 논이 많았던 마을이라 하여 답동이었지만, 지금은 큰 마을로 모두 이주해 사람이 살지 않는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