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협상 놓고 날선 신경전

2026-03-26 13:00:52 게재

미 “협상진행 중” … 이란 “대화 없다”

호르무즈 문제 등 양측 입장차 뚜렷

중동전쟁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을 둘러싼 외교전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종전 가능성을 강조하지만 이란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강경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와 군사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트랙’ 국면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3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발언하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과 관련,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옥 같은 대응(unleash hell)”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며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나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파키스탄 등 중재국을 통해 종전 제안이 전달됐고 일정 부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 동시에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이 군사적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백악관도 필요시 군사작전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전황에서도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미 중부사령부는 전쟁 개시 이후 1만개 이상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고, 이란 해군 전력의 상당 부분과 미사일·드론 생산시설이 크게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미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협상은 없다”며 “중재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 역시 “극도로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대신 △공격 및 암살 중단 △전쟁 재발 방지 메커니즘 구축 △전쟁 피해 배상 △전면적 적대행위 종료 △호르무즈 해협 주권 보장 등 5개 조건을 역으로 제시하며 협상 주도권을 쥐려 한다.

양측의 입장차는 세 가지 핵심 쟁점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전쟁 결과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사실상 ‘패배 인정’을 요구하지만 이란은 “미국이 단기전 승리와 정권교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승패 자체를 부정한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이란 군부는 해협 통제권과 에너지 가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란 측은 “유가와 통항 규칙은 우리가 결정한다”며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 전후질서 재편이다. 미국은 친미 성향 지도부 등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실상 정권 변화를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란은 체제 유지와 주권 보장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재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과 이집트, 튀르키예 등이 양측 간 메시지를 전달하며 회담 성사를 시도하고 있으나 실제 대면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양측 군의 반응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미군은 “작전이 계획대로 또는 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의 군사 생산 기반을 완전히 제거하는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란군은 경제·해상 안보를 결합한 압박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란 중앙군사본부는 “유가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통항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고 밝혀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종전과 확전의 기로 속에서 날마다 바뀌는 트럼프의 말보다 이란의 공식 반응에 국제사회가 더 주목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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