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낱장 판매’ 화들짝
중동정세 불안, 일상 덮쳐
지방정부 “정상공급” 진화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서민 생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생활용품 수급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시민들의 체감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의 한 편의점에서는 최근 종량제쓰레기봉투를 묶음이 아닌 낱장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일부 판매처가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판매 방식을 바꾼 것이다. 종량제봉투를 사러 갔던 황 모(50)씨는 “먼 나라 전쟁이 우리 일상에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며 “앞으로 더 불안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대전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서울과 경기 대구 등 전국적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종량제봉투 수급과 관련해 “생산과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불안 확산 차단에 나섰다. 유통 과정에서 일시적인 물량 조정이 있었을 뿐 실제 공급 부족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 은평구를 비롯한 일부 지방정부는 판매점 재고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 시 추가 공급을 지원하는 등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또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안내문과 공지 등을 통해 “사재기 등 과도한 구매는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도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일부 편의점과 판매점에서는 묶음 판매를 중단하거나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시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통 단계에서의 물량 조정이 실제 ‘공급 불안’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생활물가 전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이 반영되면서 일부 생활용품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판매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변화 역시 생활 불안과 연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페인트 도매업체는 최근 재고가 40말(720ℓ) 수준으로 줄어 평소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주택 유지보수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도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정부와 함께 민생경제 상황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생활과 직결된 물가와 유통 동향을 집중 관리하면서 에너지 가격변동이 생활물가로 확산되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초기 체감 단계’로 보고 있다. 단기간에는 일부 품목 중심 변화에 그칠 수 있지만, 중동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생활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황씨는 “기름값도 오르고 물건도 줄어드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전쟁이 길어지면 서민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일·김진명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