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 법정에서 쓰인 ‘또 하나의 역사’
첫 공판부터 무기징역 선고까지
1심 재판 전 과정, 책으로 묶였다
“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주문,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
재판의 시작과 끝을 가르는 두 문장 사이에, 12.3 내란의 전모가 쌓였다. 첫 공판부터 1심 선고까지 현장을 지켜본 이호준·신현욱·이화진 KBS 법조기자들이 그 과정을 한 권에 담은 ‘내란재판 몰아보기’를 펴냈다.
이 책은 사건을 설명하는 대신, 법정에서 생산된 언어를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판의 흐름을 따라가되 사건의 외형적 전개보다 피고인과 증인, 재판부의 발언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개별 진술과 공방이 축적되며 사건의 구조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단순 요약서가 아니라, 법정 기록을 재배열한 ‘준(準) 공판기록’에 가깝다.
저자들은 모두 법조 현장을 장기간 취재해온 기자들이다. 이호준 기자는 권력 구조를 추적해온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서사의 뼈대를 잡았고, 신현욱 기자는 공판 기록을 밀착 취재해왔다. 이화진 기자는 정치·사회 이슈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들의 취재 축적은 이 책을 단순 사건 정리가 아닌 기록물로 만든다.
책의 강점은 법정 장면의 복원이다. 지하주차장 출입, 지상 출입 첫 공개, 재구속 이후 비어 있던 피고인석 등 재판의 변곡점이 장면 단위로 제시된다. 특히 국회 진입 명령을 둘러싼 군 지휘관들의 증언, 헬기 투입 지연 과정, 시민들과 마주하며 작전의 성격을 의심하게 된 현장 판단 등은 계엄 실행이 단일한 명령이 아닌 갈등과 선택의 연속이었음을 보여준다.
서술은 시간 순을 따르되 쟁점 중심으로 재배열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독자는 따라가기보다 판단하게 된다. 교양서보다 분석 보고서에 가깝다. 다만 기록 중심 서술로 정치적 맥락과 권력 관계는 압축돼 보완적 해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란재판을 ‘현재 진행형’으로 끌어올린 중간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재판은 단순한 법적 판단 절차를 넘어 국가 권력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어떤 증언과 법리를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란재판은 헌정 질서를 다시 그리는 과정에 가깝다.
이는 최근 판결문 공개 흐름과도 맞물린다. 선고 25일 만에 공개된 판결문이 ‘1심 재판부가 정리한 결론’이라면 이 책은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기록이다. 결과와 과정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의 기록이 병존하는 구조다.
물론 기록 중심 서술의 한계도 있다. 정치적 맥락과 권력 관계의 입체성은 상대적으로 압축돼 있어, 판결문 등 공식 기록과 병행해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의미는 분명하다. 판결문이 최종 서사라면, 이 책은 그 이전 단계의 기록이다. 그러나 역사는 결론만으로 쓰이지 않는다. 과정에서 남은 기록들이 서로 충돌하며 하나의 서사를 만든다.
‘내란재판 몰아보기’는 그 충돌의 한가운데에 놓인 기록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 단순한 재판 정리를 넘어 권력을 둘러싼 ‘기록 경쟁’의 출발점에 가깝다.
△내란재판 몰아보기/ 이호준·신현욱·이화진 지음/ 북콤마/ 2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