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상법 개정과 신뢰 프리미엄 확보

2026-03-30 13:00:05 게재

지난 2월 말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작년 7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한 1차 상법 개정을 시작으로 8월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2명으로 확대하는 2차 상법개정을 단행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인식되었던 자사주를 강제 소각하도록 했다. 이로써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작업이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상법 개정 과정에서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업단체들은 상법 개정으로 주주소송이 남발되고 해외투기펀드의 공격이 확대되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강력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들의 목소리 더욱 경청할 것 요구

이달 31일 주주총회가 예정된 정수기 렌탈전문기업인 코웨이는 2024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5% 넘는 지분을 취득한 후 자기자본수익률(ROE) 개선을 위해 배당 확대와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면서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다.

작년 주주총회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으나 최근 상법 개정으로 올해 주주총회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대주주 지분율이 특수관계자 합산 3%로 제한되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상법 개정이 마무리된 이 시점에 법 개정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 제도는 주주와 경영자의 분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주주가 경영자에게 기업경영을 위임했으므로 대리인인 경영자는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자는 주주보다 자신의 사적이익을 더욱 중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영자의 사적이익 추구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이 무거워졌고, 경영진이 원하지 않는 이사나 감사위원과 함께 일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법의 개정 취지는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의 소유인지 관계없이 한주의 가치는 동일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주주가치 제고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주식 보유 목적에 따라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할 수도 있고 장기적인 성과를 더 중시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다양한 주주들의 욕구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장에 투명하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주주관계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이끄는 디딤돌 기대

기업은 상법 개정을 단순한 규제가 아닌,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글로벌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신뢰 프리미엄’ 확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주주 친화적인 기업일수록 시장은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투자자들 역시 단순 시세차익만 노리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이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살피는 능동적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자본시장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생태계다. 이번 상법 개정이 우리나라를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이끄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