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도급 근로자 지위’ 엇갈린 판결

2026-03-30 13:00:40 게재

법원, 도장설비 6명 지위 인정…임금 등 지급명령

생산관리·출고 47명 기각…업무 독자성으로 판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협력업체 노동자 50여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업무 성격에 따라 판단을 달리했다. 생산 공정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장 설비 업무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지만, 독자적으로 수행된 생산라인 관리 업무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2부(구태회 고법판사)는 지난 25일 김 모씨를 포함한 협력업체 노동자 5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현대차 근로자지위를 인정하고, 도장설비 업무를 담당한 5명에 대해서도 고용의 의사를 표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7800만원 배상금과 지연손해금, 복지포인트 3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60만원, 주식 25주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5명에 대해서도 1100만~5100만원의 임금 차액을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반면 나머지 47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원고들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16년 1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도장·생산관리·내수 출고 등 공정에서 일한 기간에 대해 “형식상 도급계약이지만 실질은 파견근로”라고 주장하며 제기됐다. 이에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정규직 기준 임금과의 차액, 2016년 11월부터의 단체협상 약정금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도장설비 업무를 수행한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현대차로부터 계속적·구체적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업무일지 보고, 정규직 직원을 통한 정기 점검, 카카오톡 등을 통한 작업 지시가 단순한 도급 관리가 아니라 지속적인 업무 감독 및 지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는 “도급인으로서 지시한 것 이외에 사용자의 지위에서 원고들에게 지휘·명령을 한 사실이 없고 사내협력업체의 사업이 현대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협력사가 원고에게 독자적인 인사권 등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면 2차 협력업체 소속 생산관리·내수 출고 담당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작업지시를 구체적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렵고, 작업공간 공유에 따른 정보 전달 수준에 불과하다”며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PDA 스캐너 등 장비 사용 역시 도급 업무 수행을 위한 도구일 뿐 직접적인 지휘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같은 날 다른 협력업체 노동자 14명이 낸 임금 소송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고 총 19억2000만원을 현대차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내구주행시험 등을 담당한 원고들이 현대차의 직접 지휘를 받은 파견 근로자임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임금·퇴직금 차액과 ‘부제소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거부된 격려금까지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현대차측은 관련 재판에 대해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이행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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