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귀향길에서 “옛것 익히고 새것 안다”

2026-03-31 08:56:01 게재

마지막 귀향길 6회 재현

경복궁~도산서원 270㎞

퇴계 이 황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을 걸으며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아가는’ 도보 재현행사가 30일 시작됐다.

경북도는 이날 안동시·도산서원과 함께 서울 경복궁 만춘전 앞에서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를 개막했다.

올해 참가자는 250여명이다. 이들은 서울 경복궁에서 경북 안동 도산서원까지 270㎞(약 700리)에 달하는 14일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퇴계선생은 1569년(선조 2년) 음력 3월 선조와 조정의 만류에도 지역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고향 안동으로 귀향했으나 이듬해 타계하면서 마지막 귀향길로 기록됐다.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는 270㎞의 길을 따라 걸으며 퇴계의 삶과 철학을 되새기고, 그가 거쳐 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참가자 규모가 3배가량 늘어 성인과 학생 등 250여명이 참여했다. 또 ‘퇴계의 길,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퇴계 정신의 지혜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간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이치억 퇴계 종손,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개막식은 안동MBC 어린이합창단의 ‘도산십이곡’ 합창을 시작으로 ‘물러남의 길을 열다’ 연극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귀향길 도보 재현단은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경기 남양주·양평·여주, 강원 원주, 충북 충주·제천·단양, 죽령을 넘어 경북 영주를 거쳐 4월 12일 퇴계선생의 고향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할 예정이다.

12일차인 4월 10일에는 영주 풍기관아를 거쳐 이산서원을 지난다. 이 구간은 최근 누적관객 1500만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왕사남’의 주요 배경지인 ‘금성대군 신단’과 ‘피끝마을’이 인근에 있어 참가자들에게 역사의 비극과 충절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 14일간 참가자들은 서울 봉은사, 남양주 다산유적지, 여주 기천서원, 안동 노송정 등 각 지역 인문·문화유산을 체험하고 봉은사, 충주 관아공원, 제천 한벽루, 영주 이산서원 등에서 진행되는 강연과 연극을 통해 퇴계선생의 인품과 학문, 철학의 깊이를 체험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올해 행사에서 퇴계선생을 최고의 성리학자이자 ‘지역 발전 선순환 모델’을 구축한 혁신가로 재조명한다.

퇴계선생은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로 송대의 선진 농업기술인 ‘강남농법’을 실험하고 보급한 선구자였다. 또 저수지(복도소) 축조와 천방(川防) 기술 보급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며 향촌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

주최 측은 “이는 곧 지역 자치와 교육의 핵심인 ‘서원운동’의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퇴계선생은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려면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야 한다(所願善人多)”는 신념으로 자연과 벗하며 자신의 이상을 다듬고 후학을 기르기 위해 초기 서원 체제를 정립했다.

서원운동은 지방의 교육혁신과 인재 양성은 물론 인구 증가와 경제력 향상으로 이어지며 당시 한양을 능가하는 독자적인 지방 문화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경북도는 단순한 도보 여행을 넘어 퇴계선생이 걸었던 길을 ‘동양의 산티아고’로 상품화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적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행사 개막
퇴계 이 황 선생이 1569년 음력 3월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귀향했던 길을 도보로 재현하는 행사가 30일 시작됐다. 사진 경북도 제공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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