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춘투, 올해도 노조 요구안 사측이 사실상 전액 수용
도요타 등 자동차 노조, 1993년 이후 큰 폭 증가
일본노총, 1·2차 중간 집계 임금인상률 5% 넘어
남녀 임금격차 축소 지속…실질임금 플러스 전환
일본 봄철 노사교섭(춘투)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임금인상안을 사측이 사실상 전액 수용하면서 노사협상이 속속 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이어지던 실질임금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일본 춘투의 시금석으로 평가받는 자동차업계 노사가 잇따라 협상을 타결하고 있다. 자동차총련에 따르면 주요 12개 노조 요구안이 전부 전액 수용됐다. 기본급과 정기승급분을 합쳐 월 평균 1만9333엔(약 18만원)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863엔(약 8200원) 늘어난 것으로 1993년 이후 가장 큰 증가액이다.
개별 기업별로 도요타는 노조가 임금인상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측이 전액 수용했다. 최근 대규모 적자를 낸 닛산(1만엔)과 혼다(1.2만엔)에 비해 △미쓰비시자동차 1.8만엔 △스즈키 2.05만엔 △다이하츠공업 2.2만엔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특히 스즈키는 지난해에 이어 노조 요구안보다 사측 제시안이 더 높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가네코 아키히로 자동차총련 회장은 “자동차업계는 관세 등 내우외환으로 여러 과제가 있다”며 “인재 확보의 관점에서 노동조건은 대단히 큰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사측을 대표하는 관계자도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기업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나아가 회사 전체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으로 연결된다”며 “중소기업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파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히타치 등 전기전자업체도 타결이 이어지고 있다. 히타치 사측은 지난 18일 노조가 요구한 1만8000엔 인상 요구를 전액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상액(1.7만엔)보다 더 올려 2년 연속 노조 요구를 전액 수용했다. 이에 따라 히타치의 연간 임금상승률은 6.5%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히타치는 전력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했다는 평가다.
일본노총(렌고)이 최근 두차례에 걸쳐 중간 집계한 결과 임금인상률은 3년 연속 5%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다. 집계결과 1차(5.26%)와 2차(5.12%) 모두 5%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5.03%)도 5%를 넘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다만 중소기업 춘투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4월 이후 노사간 교섭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소기업은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개별 기업과 교섭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 산별조직인 푸드연합은 가입한 약 300개 조합의 80% 이상이 조합원 300명 미만의 작은 업체다. 이에 따라 이들 중소 노조에 대한 전문 교섭인력의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등으로 중소업체 실적이 악화할 우려가 커지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중소 제조업이 중심인 산별노조 JAM이 지난달 가맹 노조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격이 2~3배 급상승한 이유로 납기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임금인상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운수업계는 춘투에서 연료비 부담의 증가로 교섭이 지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맹노조 2100개 가운데 70%가 중소기업인 UA전선 회장은 “안팎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이용해 교섭에 불성실한 경영자에 대해서는 노조측에서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일본 노동시장에서 3년 연속 5% 이상의 임금인상률이 기대되는 가운데 남녀간 임금격차도 확연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5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으로 하고 여성의 임금을 수치화한 ‘남녀간 임금격차’는 76.6으로 지난해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정규직 사원으로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성별 격차는 1976년 이후 가장 적다. 파트타임 등 단시간 노동을 뺀 일반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월 34만600엔(약 330만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남성은 2.8% 증가한 37만3400엔, 여성은 3.9% 증가한 28만5900엔으로 집계됐다.
남녀의 임금 격차는 젊은층일수록 적다. 대졸자 20~24세는 남성 26만740엔, 여성 26만400엔으로 거의 같은 수준이다. 전문대를 졸업한 여성은 24만200엔으로 오히려 남성(23만6000엔)을 웃돌았다.
한편 실질임금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올해 1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해 13개월 만에 상승했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는 2~3월까지 실질임금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4월은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면 원가가 오르면서 각종 생필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와토 미사미 SBI증권 애널리스트는 “나프타 공급난이 장기화하면 제조업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임금교섭에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물가상승에 따라 실질임금 오름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