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원 해외출장비 ‘반쪽 공개’

2026-03-31 13:00:30 게재

128억원 집행, 비용 공개율 16%

경실련 조사 결과, 의원 96% 참여

전국 광역의회가 최근 3년간 해외출장에 128억4616만원을 투입했지만 실제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는 10건 중 2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공개율은 97%에 달했지만 핵심 정보인 예산이 빠지면서 사실상 검증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국 17개 광역의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출장은 총 558건, 참여 의원은 3282명, 총 출장일수는 3705일이다. 투입된 예산은 128억4616만원으로 1회 출장당 평균 약 2300만원이 사용됐다.

참여 구조도 사실상 전면 참여에 가깝다. 전체 광역의원 904명 가운데 871명(96%)이 해외출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적 관행으로 굳어진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 출장도 확인됐다. 7회 이상 해외출장에 참여한 의원은 61명에 달했고 일부는 10회를 넘겼다. 출장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보다 일정 편성과 관행에 따라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지역별로는 제주 67건, 대전 30건, 광주 24건 순이다. 의회 규모 대비 출장 횟수가 높은 지역도 있어 지역 간 편차 문제도 제기된다.

문제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다. 출장보고서는 대부분 공개됐지만 비용 내역이 포함된 경우는 16%에 그쳤다. 나머지는 일정과 방문 내용 위주로 작성돼 예산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 공개율은 높지만 핵심 정보는 빠진 ‘형식적 공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실련 관계자는 “보고서는 공개되지만 비용이 빠져 있어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형식적 공개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현행 심사·관리 체계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지방의회 해외출장은 사전 심사와 사후 보고를 거치지만 비용 공개 기준과 성과 평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출장 필요성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장치도 부족해 사실상 내부 판단에 맡겨진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출장 필요성과 성과를 평가할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까지 공개되지 않으면 심사 제도 자체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는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항공권 위변조, 관광성 일정 수행, 간식·물품 구매 등 부적절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항공권 위변조는 전체의 40%를 넘었고 관광 목적 일정도 일부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는 1일 1기관 방문 원칙 도입, 심사위원회 강화, 임기 말 출장 제한 등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비용 공개와 반복 출장 통제 등 핵심 영역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구조를 ‘공개는 있지만 책임은 없는 체계’로 본다. 보고서는 공개되지만 검증에 필요한 핵심 정보가 빠져 실질적 감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 의원이 참여하는 구조가 결합되면서 제도 개선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출장보고서에 비용 내역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고 일정과 예산을 사전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 출장 상한 기준과 성과 평가 연계 등 사전·사후 관리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

출장 목적과 실제 일정의 일치 여부를 점검하고 정책 성과와의 연계를 평가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관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 외유 논란을 넘어 지방의회 예산 집행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해외출장 문제는 일부 사례가 아니라 제도와 운영 구조가 결합된 결과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장의 필요성과 성과, 비용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한 ‘반쪽 공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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