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풍력 26기 ‘부적합’…208기 ‘시한폭탄’ 온다
설계수명 넘어도 운전 가능
점검·소방·외주관리 공백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작업자 3명이 숨진 가운데, 전국에서 추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적합’ 풍력발전기가 최소 26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 수명을 넘긴 노후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강제 중단하거나 교체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반복 가능한 구조적 위험의 신호로 보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통상 설계 수명을 20년으로 설정하며, 이는 구조 피로와 전기적 열화를 반영한 기술 기준이다. 이를 넘긴 설비는 부품 성능 저하가 누적되며 작은 결함도 급격한 고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설계수명을 넘긴 설비가 별도 제한 없이 계속 운전되면서 위험이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31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기안전공사(KESCO)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특별 안전점검에서 점검 대상 114기 가운데 26기(22.8%)에서 중대 결함이 확인됐다. 이번 점검은 전국 890기 가운데 설치 20년 이상 설비 80기와 동일 제조사 기종 34기 등 위험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17기는 타워 부식이나 부품 단종 등으로 사실상 교체가 필요한 상태였고, 나머지 9기에서도 날개 균열과 베어링 손상 등 구조적 결함이 확인됐다. 이들 결함은 모두 대형 화재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부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단순 이상 징후가 아니라 사고 전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생한 화재와 붕괴 사고 대부분이 설계 수명에 근접하거나 초과한 설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노후화 위험은 이미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약 80기 수준인 노후 풍력발전기는 5년 내 208기로 증가할 전망이다. 초기 보급 설비들이 유사한 시기에 설치되면서 노후화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동시 위험 구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설비 문제가 아니라 특정 시점에 사고가 집중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도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설계수명을 초과해도 정기검사만 통과하면 계속 운전이 가능하고, 가동 제한 기준은 없다. 풍력발전기가 구조물로 분류되면서 소방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화재 대응 역시 사업자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현장 관리 역시 취약하다. 유지보수 작업이 외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원청의 관리·감독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덕 사고 역시 외주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며 책임 구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경영 책임자의 피의자 전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역시 운영사와 외주업체 간 책임 구조를 확인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설비는 가동 기간이 길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여서 운전 연장을 선택할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후 설비 증가에 맞춰 점검 주기 단축과 단계적 교체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보급 중심에서 안전관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