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게임이론으로 본 이란전쟁
미국의 지상군이 중동지역에 집결하면서 이란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급상승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주도하는 4개국 협상주선팀이 가동되어 타협의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이란의 협상의지가 불투명해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섬 장악을 목표로 삼더라도 대량 인명피해가 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란전쟁이 발발한 후 게임이론을 적용한 현상분석과 예측 논문들이 발표되었는데 대부분 암울한 결과를 예상한다. 먼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오서스가 기고한 ‘이란 전쟁: 게임이론은 더 큰 확전을 예고한다’는 칼럼을 보자. 미국은 강력한 공습으로 이란을 초기에 제압한 후 승리를 선언하려고 했으나 호르무즈 봉쇄 등 예상 밖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미국은 분명한 승리(clear win)가 필요하게 돼 확전에 나섰고 전쟁은 치킨 게임으로 변질됐다. 이 칼럼은 이란의 강력한 저항이 미국의 확전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확전의 나선(escalation spiral)이 형성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확전과 지상 소모전, 장기 교착 경고
유튜브 채널 ‘예측 역사(Predictive History)’로 유명해진 장쉐친은 미국은 고비용 공중 타격과 요격에 의존해 저비용 이란에 비해 비대칭 열위 함정에 빠졌고 지상군 없이 승리가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지상군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란의 지형상 장기 소모전이 되어 군비는 폭증하고 국내 반전여론은 거세질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성전으로 성격이 변하면서 이슬람 세계의 반미감정이 폭발하고 미국은 패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분명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고비용 공중전에서 지상전으로 확전 사다리를 올라가지만 그 길은 함정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헤지펀드 오라클럼 캐피탈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부코비치는 ‘이란전쟁의 게임이론과 포지셔닝 방법’이라는 글에서 이란전쟁은 치킨게임과 스크리닝게임(screening game)이 중첩된 게임이라고 규정하면서 3개 시나리오로 귀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크리닝게임이란 상대방을 검증하는 게임으로서 미국이 협상안을 제시한 후 압박을 통해 이란의 수용을 강요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란은 이를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을 하는 와중에 스크리닝게임을 통해 상대방의 타협 가능성을 검증하는 게임으로 이란전쟁을 분석한 것이다.
최종 시나리오는 협상에 의한 합의 도출, 미국의 신속한 승리 혹은 이란의 정권교체, 양측 목표 미달성 및 장기교착으로 구분된다. 합의 도출의 특징은 완전 승리를 포기하고 양보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타협하는 것이다. 장기 교착은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적대감만 키운 ‘얼어붙은 갈등’으로 귀결된다. 부코비치는 초기에는 미국의 신속한 승리 시나리오가 유력했으나 이란의 완강한 저항으로 인해 향후 유력한 시나리오는 장기교착이라고 진단했다.
출구전략은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적 해법 찾기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처럼 파국을 향해 올라가는 이란전쟁의 전개 과정을 과연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호르무즈 해협에 답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단은 해협 통행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22개국을 중심으로 국제 협의체를 만들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협의회에 이란을 초청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와 함께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란 국민들의 신속한 생활 터전 복구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차제에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관계복원과 신뢰회복을 위해 순망치한의 지혜를 체득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