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담합 과징금 6891억원으로 ‘폭증’
공정위 과징금 97% 담합 집중 … 제재 강화에도 소비자 피해 회복 못해
올해 1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대부분이 담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크게 웃돌며 제재 강도는 높아졌지만, 소비자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정위 제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월 과징금은 총 70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담합 관련 과징금이 6891억원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담합 과징금 2189억원의 3배 이상이다. 2023~2025년 3년간 담합 과징금 총액 6513억원보다도 많다. 올해 공정위 제재가 사실상 담합 사건에 집중된 셈이다.
CEO스코어측은 “올해 과징금의 대부분이 담합에 집중되면서 제재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소비자와 직결 업종 중심 = 또한 최근 3년간 담합 과징금이 가장 큰 기업은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는 설탕 판매가격 담합 혐의로 15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어 삼양사(1303억원), 대한제당(1274억원) 등 상위 3개사가 모두 설탕 담합 관련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 3사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가격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사건에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권에서도 담합 제재가 이어졌다. 하나은행(869억원), 국민은행(697억원), 신한은행(638억원), 우리은행(515억원) 등 4개 은행은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은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장기간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 3사 역시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다. SK텔레콤(402억원), KT(385억원), LG유플러스(335억원)는 기지국 임차료와 번호이동 가입자 조정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총 11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과징금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7곳이 올해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제재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과징금 증가가 담합 적발 확대의 결과인지, 아니면 기존 구조적 문제의 표면화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결국 담합은 가격, 금리, 서비스 조건 등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영역으로 전가되는 구조를 갖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가격 담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며 피해 환수 장치 마련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과징금 급증의 배경에는 제재 기준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설탕 담합 과징금은 2007년 약 500억원 수준에서 2026년 4083억원으로 약 8배 확대됐다. 이는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기존 3.5%에서 15%로 상향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반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합의 경우 위반 정도에 따라 부과기준율이 기존 0.5~3.0%에서 10.0~15.0%로, 3.0~10.5%에서 15.0~18.0%로 각각 상향된다.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의 하한 기준도 10.5%에서 18.0%로 높아진다.
공정위측은 “위반 정도에 따라 과징금 기준율을 기존보다 크게 높이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자 거래도 적발 = 담합 외 제재에서는 내부거래 관련 과징금도 적지 않았다. 호반건설 등 호반그룹 계열사들은 부당지원 행위로 총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호반은 2023년 6월 총수 일가 회사 지원으로 제재를 받았고, 우미(우미건설 등) 역시 지난해 총수 2세 회사의 입찰 자격 확보를 위해 계열사에 공사 물량을 몰아준 행위로 48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제재 강화가 시장 경쟁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담합 구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