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기금 ‘시설’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
프로그램 사업까지 사용
펀드 출자 근거도 마련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기반시설 조성에 치우쳤던 기금 운용을 사람 중심 사업으로 전환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 개선이 곧바로 실질적 인구 유입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연 1조원 규모로 운용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75%인 7500억원은 기초계정, 25%인 2500억원은 광역계정으로 배분된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정부출연금은 3조7500억원이다.
그동안 기금은 전국 122개 지역에서 500여개 사업에 투입됐지만 운용 방식에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센터 건립, 관광지 조성, 생활기반시설(SOC) 확충 등 시설 중심 사업에 치우치면서 지역 간 차별성이 떨어지고 실질적인 인구 증가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2025년 투자사업만 봐도 금액 기준으로 기반시설 사업 비중이 43.9%, 복합사업이 50.7%였던 반면 프로그램 사업은 5.4%에 그쳤다.
행안부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지난해 8월 인구감소지역 시장·군수·구청장 정책간담회에서 기금 운용 방향을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국토연구원 연구에서도 소프트웨어·복합사업을 중점 추진한 지역군이 주민등록인구 감소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이 같은 방향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있다. 앞으로는 창농·창업 지원, 지역 기반 창업가 육성, 청년 보금자리, 빈집 리모델링, 농촌유학, 24시간 돌봄, 반값여행, 워케이션, 수요응답형 교통, 마을빨래방 운영 같은 사업에도 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반시설을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정주인구와 생활인구를 늘릴 프로그램에 돈을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대규모 사업 추진을 위해 펀드 출자 근거가 법적으로 마련된 것도 큰 변화다. 그동안 ‘지역활성화투자펀드’에 매년 일부 기금이 출자돼 왔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운영상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기금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방소멸 대응 정책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시설뿐 아니라 사람과 프로그램 중심 사업에 투자되도록 하겠다”며 “지역 주도형 대응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