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르무즈·말라카’ 이중병목 리스크
LNG·원유 ‘두 해협’에 갇혀 … 대체항로 부재
수송로 차질은 가격 아닌 ‘물량 충격’ 직격탄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이 소수 해협에 집중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에너지안보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특정 해상 통로에 집중된 가운데 이들 해협의 차질은 곧바로 국내 에너지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NG·원유,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말라카 경유 = 1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LNG 시장의 경우 전체 거래량의 54%가 주요 해협을 통과해 공급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의 21%(11.4Bcf/일)를 처리하는 최대 병목 지점이며, 말라카 해협이 17%(9.2Bcf)로 뒤를 잇는다. 이는 글로벌 가스 공급망이 사실상 두 개의 핵심 해협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Bcf는 천연가스의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로, 10억 입방피트를 의미한다. 1Bcf는 대략 10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가스량이다.
원유 역시 구조가 비슷하다. 2024년 기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 원유 및 석유제품은 하루 2250만배럴, 호르무즈 해협은 2070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7970만배럴)의 약 28%, 26%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에즈 운하 및 수에즈-지중해 파이프라인(SUMED, 480만배럴), 바브엘만데브 해협(410만배럴), 덴마크 해협(490만배럴), 터키 해협(360만배럴) 등은 규모 면에서 말라카와 호르무즈에 크게 못 미친다. 파나마 운하 역시 약 200만배럴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해협 차단시 산업 전반비용 부담 확산 = 주목되는 점은 LNG와 원유 모두 동일한 해상 병목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LNG는 해상 운송 비중이 절대적이며, 원유 역시 글로벌 거래 대부분이 해상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은 원유와 LNG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대표적인 수입 의존 국가다.
중동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말라카 해협을 거쳐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즉 한국의 에너지 수급은 호르무즈와 말라카라는 ‘이중 병목 구조’ 위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물량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LNG와 원유의 경우 호르무즈~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이 각각 20%, 70%에 이른다.
LNG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우회 경로가 사실상 없고, 원유 역시 주요 물동량이 동일한 해상 루트를 공유하고 있어 특정 해협의 차질은 두 에너지 시장에 동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말라카 해협 역시 핵심 위험 요인이다. 해당 해협이 차단될 경우 선박은 더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하며, 이는 운송기간 증가와 비용상승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물류 차질은 국내 도입단가 상승뿐 아니라 정유·발전·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비화석연료로의 전환 적극 추진해야‘ = 결국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산유국보다 해상 통로에 더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호르무즈와 말라카 해협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해협의 안정성은 곧 한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손정락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가격 리스크보다 수송로 리스크에 더 취약한 구조”라며 “에너지 믹스와 도입선 다변화, 비축 확대 등 공급망 자체를 재설계하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라도 비화석연료로의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