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불복은 재판소원 대상 안돼”
헌재, 재판소원 두번째 심사도 모두 각하
1호 시리아 난민 사건 포함 총 74건 각하
헌법재판소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사전심사에서 48건을 심사해 모두 각하했다. 현재까지 심의된 74건이 모두 각하되면서 실질적인 기본권 침해가 없는 단순 재판 불복 사건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심사기준을 재확인했다.
헌재는 지정재판부 결정을 통해 ‘재판에 적용된 법률의 위헌성’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판소원 청구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지난달 31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각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총 48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총 256건 가운데 누적 74건이 각하된 것이다. 헌재 지정재판부는 지난달 24일에도 총 26건을 각하했다.
각하 사유는 중복을 포함해 청구사유 부적합 34건, 청구기간 도과 11건, 기타 부적법 7건, 보충성 흠결 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5건은 각하 사유가 중복됐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1호로 접수된 시리아 난민 강제퇴거명령 취소 사건도 청구 기간 도과·청구 사유 미비로 각하됐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약 11년간 한국에 체류하다 강제 추방된 시리아 국적 모하메드씨가 강제퇴거 관련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사건이다.
헌재법상 재판소원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는데, 모하메드씨는 지난 1월 8일 판결을 확정받고 두 달을 훌쩍 넘겨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모하메드씨의 대리인은 “재판소원 시행일 이전에는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아 청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헌재는 청구 기간 도과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안전하지 않은 제3국’으로 송환이 가능하도록 한 강제퇴거 명령 처분은 위법”이라는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 34건 각하로 가장 높은 문턱이 된 ‘청구 사유’와 관련해 헌재는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주장하거나 △형식적으로는 각호에 관한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 실질이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법률의 포섭·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한 경우 기본권 침해가 명백히 소명되지 않았다면 청구 사유를 구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재차 제시했다.
헌재는 특히 이번 결정에서 ‘재판에 적용된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들어 청구한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헌재가 위헌으로 선언하기 전까지는 모든 법률은 합헌으로 인정되어 법원에서도 그 적용을 거부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재판소원이 아니라 별도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심사 결과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단순히 재판 결과에 대한 불복은 대부분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재판 과정에서 헌법 위반이나 기본권 침해 등 문제가 있었다면 판결문 외에도 이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헌재 안팎에선 ‘청구 사유’ 조건이 재판소원 사전심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보충성이나 청구기간 도과와 같은 형식적 요건에 반해 그 기준이 불명확하단 점에서 사건 폭증을 막을 실질적 통제장치가 되리란 예상에서다.
실제 헌재가 청구 사유 미비를 근거로 재판소원 청구 사건을 무더기 각하하면서 단순 재판 불복에 따른 ‘4심제’ 우려를 덜어내려 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되면 헌재 지정재판부는 사전 심사에 착수해 법적 요건 등을 따져 30일 이내에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로 회부한다.
헌재는 6월까지 이뤄지는 재판소원 사건에 대한 지정재판부 결정을 모두 헌재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