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틈타 수출 점유율 확대하는 중국

2026-04-02 13:00:03 게재

유가 충격 속 에너지 구조 강점

동남아 경쟁국 흔들릴 때 반사이익

중동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 중국 수출 기업들이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충격을 유발하면서, 상대적으로 에너지 구조가 안정적인 중국 제조업이 경쟁국 대비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평가다.

영국계 은행 HSBC의 프레드 노이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충격의 결과로 중국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상황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규모 원유 비축과 자체 에너지 공급 기반을 갖추고 있어 생산 차질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동남아시아와 유럽 제조업체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 부담과 공급망 불안에 직면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 중국 제조업은 전쟁 한 달여 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를 기록하며 두 달간 위축 이후 다시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의 에너지 구조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 소비에서 중동 수입 의존도는 약6% 수준에 그쳐, 경쟁국 대비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을 덜 받는 구조다. 씨티의 샹롱 위 이코노미스트는 “전면적인 장기 석유 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중국의 공급 측면 회복력은 수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2020년 코로나 충격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저장성 항저우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고객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되돌리고 있다”며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중국으로 주문을 옮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부품 업체 대표는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이제는 가격 협상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도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 에너지 위기가 각국의 탈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관련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진 중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오히려 비용 상승 형태의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는 “수입 물가 상승이 중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도 “현재 물가가 낮은 만큼 외부 충격을 흡수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저장성 원저우의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관계자는 “난연제 가격이 두 배에서 세 배로 뛰었다”며 “이번 3월은 사상 최대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 역시 변수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될 경우 수출 확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후이 샨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은 증가하고 점유율도 확대되겠지만, 전쟁으로 인해 성장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전쟁은 글로벌 제조업 판도를 재편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구조와 공급망 안정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운데,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점유율 확대 기회를 잡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둔화와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도 동시에 떠안게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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