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⑦ 서원기 넥스윌 대표

천궁Ⅱ ‘눈·두뇌’ 만든 넥스윌…중동전쟁에서 존재감 부각

2026-04-03 13:00:11 게재

국내 유일 AESA 레이다 시험장비 보유 기술벤처기업

탐지→분석→재밍…디지털 RF로 전자전 통합기술 완성

‘기술 내재화’로 세계시장 도전… R&D 인력 다수확보

“이제 전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를 먼저 장악하는 쪽이 이깁니다.”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만난 서원기 넥스윌 대표의 첫마디다. 과거전쟁이 화력과 물리적 충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레이더와 전자전 기술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와 함께 방문한 넥스윌은 2005년 설립된 방산·통신 기술기업이다. 디지털 무선주파수(RF) 기반 신호처리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 레이더 전자전 통신장비를 모두 아우르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전체인력의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기술집약형 기업이다.

넥스윌의 생산라인과 시험장비, 연구개발 등 ‘현대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 시험장비였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장비는 AESA 레이더 모듈의 성능을 자동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국산무기체계인 고고도요격유도탄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에 들어가는 레이다 개발 및 양산과 관련한 시험장비는 국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투환경을 가정한 다양한 조건에서 신호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점검한다.

넥스윌의 AESA 레이다 시험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원기 넥스윌 대표 사진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제공
서 대표는 “레이더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장비이기 때문에 모든 변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시험과정까지 통제해야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윌의 기술력은 이미 실전에서 입증된 바 있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 레이더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송수신제어모듈이 핵심부품으로 적용됐다. 이 모듈은 표적의 거리와 속도, 방향을 계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일종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방공체계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기술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중동국가들의 대공방어 투자확대가 이어지면서 레이더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스윌은 전자전기술도 갖추고 있다. 전자전은 상대의 통신과 신호를 교란하거나 차단하는 기술로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영역으로 꼽힌다.

기존 재밍장비가 특정 주파수를 무작위로 방해하는 방식이었다면 넥스윌은 ‘탐지→분석→재밍’으로 이어지는 통합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즉 위협신호를 먼저 식별한 뒤 필요한 부분에만 정밀하게 대응하는 ‘반응형 재밍’ 방식이다.

기존 재머(전파방해장비)와의 차별성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눈을 가린 채 전파를 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한다”며 “효율성과 대응속도에서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넥스윌이 직접 생산하는 재머와 ‘천궁Ⅱ’ 레이더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송수신 제어모듈 사진 김창배 기자
최근에는 레이더와 재밍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융합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있다. 전차나 차량에 장착해 접근하는 드론을 탐지하고 동시에 교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공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대응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장 핵심장비로 평가된다.

드론중심으로 재편되는 전장환경도 넥스윌에는 기회요인이다. 실제로 회사는 무인기에 탑재 가능한 소형 재머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전쟁을 보면 고가 무기보다 드론이 더 위협적인 경우가 많다. 드론을 탐지하고 추적해 대응하는 체계가 앞으로 방산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넥스윌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 내재화’다. RF 하드웨어부터 신호처리 알고리즘 소프트웨어까지 대부분을 내부에서 개발한다. 이를 통해 장비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전력효율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서 대표는 “방산기술 핵심은 소형·경량·저전력·비용(SWaPC)”라며 “핵심기술을 직접 보유해야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기반은 실적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넥스윌은 올해 1분기에만 180억원이 넘는 수주를 확보했고 연간매출 역시 300억원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넥스윌은 방산대기업 협력업체를 넘어 독자제품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서 대표는 “방산대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자체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라며 “K방산의 다음 단계는 중소기업이 이끄는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더와 전자전, 그리고 통신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전장에서 넥스윌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었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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