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신 ‘후원자 기준’으로 장학생 선발
강남구 대표 교육정책 ‘강남형 장학사업’ 학생은 재능기부로 화답, 선순환 효과도
“학생들끼리 모여 장학 증서만 받고 돌아가는 행사인 줄 알았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중학교 실내체육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연주(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씨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올해 상반기 ‘강남형 장학사업’ 장학생으로 선정돼 또래·후배들과 함께 증서를 받은 참이다. 그는 “소득 기준이 없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꿈을 응원하는 장학금이라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은 어른들과 단절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함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후배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3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부터 소득 기준이 아니라 학업 예술 과학 기능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발굴·지원하는 ‘강남형 장학사업’을 진행 중이다. 민간 후원자를 발굴해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후원자가 희망하는 유형의 장학생을 찾아 연계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재능기부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조성명 구청장은 “강남구가 지난 5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건 주민과 학부모들이 일군 결과”라며 “미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과 세계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청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구에서 10억원 장학기금을 마련했는데 5000만원을 사용하는데 그쳤다. 기업과 종교기관 재단 등이 기탁한 후원금으로 313명에게 지급한 장학금 90% 이상을 충당했다. 조 구청장은 “올해도 5000만원을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상반기 202명에게 지원하는 3억7200만원 전액을 후원자들이 내주셨다”며 “지역사회가 미래 인재를 함께 키워내는 장학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후원 방식도 여타 장학사업과 다르다. 후원자가 장학생 선발 기준을 제시하고 증서 수여식에도 참여한다. 주민 누구나 장학금 기부자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취지다.
희귀질환 어린이를 비롯해 장애인학교와 탈북민 자녀 등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는 최상화재단은 다자녀 장학생을 선택했다. 13개 고교마다 한명씩 선발해 3년간 후원한다. 김학영 상임이사는 “출생률은 국가적인 문제라 다자녀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의미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담임교사가 인성을 갖춘 학생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학기 초가 아니라 11월에 지원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기부자의 뜻을 이해하고 장학금의 의미를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입학부터 졸업까지 지원한다.
장학 증서 수여식은 후원자와 장학생이 직접 만나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다. 후원자는 왜 학생들을 응원하는지 들려주며 각각 선택한 학생들에게 증서를 전달했다.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장학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공유했다. 지난해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이 강남미래교육센터에서 진행한 ‘목성탐사 캠프’와 ‘인공지능봇 독서융합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들을 돕는 장면은 영상으로 확인했다. 기부자는 장학사업 취지와 성과를 확인하고 장학생은 지역사회의 응원과 기대를 직접 체감하는 셈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강남형 장학사업은 강남의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가치 있는 씨앗”이라며 “더 많은 학생들이 꿈을 펼치고 다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