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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먹는 새로운 효소 개발, 4일 만에 ‘완전 분해’

2026-04-06 13:00:01 게재

기존 보다 분해 속도 2배 빨라

페트병이나 필름류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PET 플라스틱(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을 단 4일 만에 100% 분해하는 효소가 개발됐다. 자연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개량해 기존 최고 성능 효소보다 분해 속도를 2배 끌어올렸다.

6일 국제학술지 ‘페브스 저널(FEBS Journal)’의 논문 ‘폴리에스터 분해를 위한 고활성 공학적 PETase 효소 개발’에 따르면, 새로 개발한 효소 ‘LCC-ICCG-C09’가 실험을 위해 필름처럼 얇게 자른 PET 플라스틱을 4일 만에 완전히 녹여냈다.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효소로 꼽혀온 ‘LCC-ICCG’는 같은 조건에서 6일이 지나도 76%밖에 분해하지 못했다.

플라스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해양 오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라트비아 유기합성연구소와 이탈리아 폴리테크니코 밀라노 공동 연구팀은 업계 표준으로 쓰이는 LCC-ICCG 효소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LCC-ICCG 효소는 낙엽 퇴비에서 발견한 천연 효소의 아미노산 4개를 바꿔 개량한 것이다.

연구팀은 효소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조각 배열을 컴퓨터로 바꿔가며 최적 조합을 찾았다. 약 1200여가지 후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먼저 걸러낸 뒤 유망한 6개만 실제 실험실에서 합성하는 방식이다. 일일이 실험실에서 만들어 시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시행착오를 컴퓨터 안에서 먼저 해결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13개 아미노산을 치환한 C09 변이체가 가장 우수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LCC-ICCG-C09의 경우 버틸 수 있는 온도(융점)가 기존 93.6℃에서 97.1℃로 3.5℃ 상승했고, 분해 효율은 2배로 뛰었다.

PET 플라스틱은 음료 페트병과 섬유·포장재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소재다. 자연환경에서 분해되는 데 25~50년이 걸린다. 논문에서는 “황산 등 독성 화학물질을 쓰는 화학적 재활용은 환경이나 안전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에 과학계는 2016년 일본에서 발견된 PET 분해 세균(Ideonella sakaiensis)의 효소 ‘PETase’에 주목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효소는 40℃만 넘어도 기능을 잃어 산업 현장 적용이 불가능했다.

사람도 너무 더우면 지쳐서 일을 못 하듯 효소도 온도가 높아지면 서서히 망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LCC-ICCG-C09는 더 높은 온도까지 견딜 수 있어서 68℃ 환경에서도 오래 살아남아 PET를 더 많이 분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실험실 규모 검증 단계에 불과하다. 분해 산물인 테레프탈산(TPA)이 쌓이면 반응액이 산성화돼 효소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논문에서는 향후 실제 공장 규모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산에 견디는 효소 설계가 유망한 연구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2021년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9000만톤에 달한다. 이 중 90.2%는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됐다. 나머지 9.8%만이 재활용되거나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막대한 생산량에 비해 재활용 비율은 턱없이 낮은 데다, 플라스틱은 한번 환경에 버려지면 수십 년간 분해되지 않아 특히 해양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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