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상작전’ 카드까지 만지작

2026-04-06 13:00:04 게재

F-15E 조종사 구출 이후

대이란 압박 수위 급상승 “지상군 투입 배제 안 한다”

이란 영토 깊숙한 곳에서 격추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적 선택지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 공중전과 제한적 타격에 머물던 대이란 군사전략이 지상작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단순한 인명 구조를 넘어 미군이 이란 내부에서도 장시간 작전을 수행하고 철수할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군 특수부대는 이란 영토 내에 임시 급유 거점을 구축하고 수 시간 동안 작전을 지속한 뒤 성공적으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접근 불가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란 본토에서의 작전 가능성을 현실적인 옵션으로 끌어올린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성과는 곧바로 정치적 메시지로 연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조작전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핵심 인프라 시설을 집중 타격하겠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 인터뷰에서는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해 지상작전을 공식적으로 선택지에서 제외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과 미 전쟁부(국방부) 내부에서는 이미 보다 공격적인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이란의 석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을 단기간 점령하는 방안이다. 이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점령 시 이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이란 핵시설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거나 파괴하는 작전이다. 이란의 핵 능력을 단기간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동시에 높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구출 작전 자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군은 임무를 완수했지만 작전 과정에서 고립된 수송기 두 대를 자폭 처리해야 했고, 저공비행 중이던 헬리콥터가 공격을 받아 부상자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F-15E 전투기가 격추된 사실은 미군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적의 공격으로 미군 전투기가 격추된 첫 사례로 이란 방공 능력이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 가디언은 “구출 성공은 전술적 승리지만 전략적 경고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의 산악지형과 지하 시설 구조를 고려할 때 특수부대가 핵물질을 확보하고 안전하게 철수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전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변수도 만만치 않다. 지상군 투입으로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미국내 여론의 급격한 악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 속에서 전쟁 장기화나 대규모 사상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 군사 압박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4월 7일로 연기하면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군사 공격을 단행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이지만 실제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메시지라는 평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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