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5월 증산 결정…“실제 증산 없는 상징 조치”
전쟁여파 생산·수송차질
“호르무즈가 시장 좌우”
OPEC+가 5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만6000배럴 늘리기로 했지만, 중동 전쟁으로 주요 산유국들이 실제 생산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결정은 실제 증산 효과가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PEC+는 5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8개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이같은 증산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시설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생산과 수송이 동시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번 조치는 “서류상 증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PEC+ 장관급 공동감시위원회(JMMC)는 이날 회의 후 성명을 통해 “피해를 입은 에너지 시설을 완전한 생산 능력으로 복구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인프라 공격이나 수출 경로 차질 등 공급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행동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OPEC+의 노력에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번 증산 규모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차단된 공급의 2%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하루 1200만~1500만 배럴, 최대 글로벌 공급의 15%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쟁 이전 글로벌 원유 공급량은 하루 1억배럴 이상이었다.
블룸버그는 OPEC+가 이번 결정을 통해 “교전이 완화될 경우 다시 생산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공급 확대 여부는 해협 정상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들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면서 정상 생산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제재와 전쟁으로 생산 확대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OPEC+ 정책보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이 막힌 상황에서 OPEC+ 증산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증산은 이론적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가는 5주간 이어진 전쟁으로 급등해 지난달에는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5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유가가 사상 최고 수준인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