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과잉 논쟁 격화…변협 “감축” vs 로스쿨 “확대”
AI 충격 속 ‘선발 vs 자격시험’ 정면 충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둘러싼 갈등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감축을 요구하는 반면, 로스쿨측은 오히려 자격시험화와 합격률 상향을 주장하면서 공급 정책을 둘러싼 정면 충돌 양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조시장이 구조적 붕괴 단계에 진입했다”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을 촉구했다. 협회는 올해 합격자 수를 1500명 이하로 낮추고, 중장기적으로는 1000명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은 변호사 수 급증과 수임 환경 악화를 근거로 든다. 등록 변호사는 2026년 기준 3만8000명으로 15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협회는 이를 “시장 수용 능력을 넘어선 과잉 공급”으로 해석한다.
현장에서도 위기 인식이 이어졌다. 채용현 한국법조인협회장은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속도와 방향, 그리고 책임의 부재”라며 “정부는 결정을 미루고, 로스쿨은 공급 확대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선이 변호사는 “변호사는 4배 늘었지만 시장은 2배에 그쳐 실질적으로 축소됐다”며 수급 불균형을 지적했다.
개업 시장의 구조 변화도 감지된다. 조정희 변호사는 “적정 수임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률시장이 대형 로펌 중심 구조와 저가 경쟁 시장으로 양극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정혁주 변호사는 “AI가 판례 검색과 서면 작성까지 대체하면서 신입 변호사 일자리가 줄고 있다”며 “현재의 개업은 선택이 아니라 내몰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로스쿨측은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단은 최근 성명에서 “변호사시험은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이라며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8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50%대 합격률 구조가 “교육이 아닌 시험 대비 중심으로 로스쿨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합격자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오히려 법학 교육과 인재 양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률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비송무 영역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변호사 수 증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논쟁의 핵심은 ‘시장 포화’와 ‘사법 접근성 확대’라는 가치 충돌로 압축된다. 변협은 과잉 공급이 서비스 질 저하와 시장 붕괴로 이어진다고 보는 반면, 로스쿨 측은 변호사 수 확대가 국민의 법률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본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법조시장 수급 논쟁은 단순한 인원 조정 문제를 넘어 구조 개편 논의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어떤 기준을 선택할지에 따라 향후 법조시장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