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외국인 주식 35.7조 순매도…채권 10.2조 순유출

2026-04-07 13:00:02 게재

중동전쟁 격화·메모리 반도체 수요 의구심…통화정책 불확실성

전기·전자 27.4조원 매도 … 삼성전자 호실적에 외국인 돌아올까

올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5조원 이상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며 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10조2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순회수되며 유출로 전환했다.

2월 말부터 시작된 중동전쟁 격화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의구심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겼다. 채권시장에서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유출 요인으로 지적된다. 환율과 금리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부문에서 27조4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세가 거셌다. 다만 7일 발표된 삼성전자 호실적을 계기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올지 주목된다.

◆환율·금리 압박에 외인 이탈 가속화 =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국내 주식을 35조700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0억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던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 치웠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여파로 보유 비중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6.27%였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월 말 38.1%까지 확대됐다가 지난달 말 36.28%로 다시 낮아지며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외국인 순매도는 올해 주가 상승폭이 컸던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7조2508억원, 17조6297억원 순매도했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삼성전자 18조2000억원, SK하이닉스 8조1000억원 순매도했다. 현대자동차는 2조8000억원으로 세 번째로 매도 규모가 컸다.

◆5개월 만에 외국인 채권 순유출 =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 순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잔액은 2월 말 350조7000억원에서 3월 말 340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외국인이 3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10조2000억원을 순회수하며 5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한 것이다.

만기별로 살펴보면 1~5년물에서 보유 잔액이 14조7000억원 줄었다. 5~20년물에서는 1조8000억원, 20년물 이상은 2조8000억원 증가하는 등 중장기 구간에서는 채권자금이 유입됐다. 6개월 이하 채권에서는 5조8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되고 6개월~1년물로는 7조6000억원이 유입됐다.

외국인의 채권자금 순유출은 통화정책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3월 말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2월 말 대비 38bp 급등하는 등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국제유가 급등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인플레이션율 상승을 30bp 완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행이 단기간 내에 매파적 스탠스를 보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티은행은 "메모리 업종 업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 등으로 고유가의 경제성장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올해 7월, 10월 각각 25bp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유가 급등 영향을 반영해 예상치(3.3%)를 상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날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1500원대 고환율과 물가 상방 압력을 고려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편 중동 전쟁 조기 종식 여부가 외국인 자금 향방에 있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은 추가적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시장이 중동 전쟁 장기화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몇 달간 이어질 경우 IT 업종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무라는 “중동 전쟁이 2 ~ 6개월간 지속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 ~ 130달러 수준에 형성될 경우 한국의 기업 마진 및 경제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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