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년 전 조선 담은 편지 복원
외국인 시선 생활상 기록
사진 59점, 진료기록 포함
136년 전 외국인 선교사가 남긴 32m 길이의 두루마리 편지가 복원돼 처음 공개됐다. 편지에는 19세기 말 조선의 의료 현실과 일상 풍경이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겼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제54주년 보건의 날을 맞아 양화진기록관이 소장한 ‘로제타 셔우드 홀의 두루마리 기행편지’를 전면 복원해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은 미국인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이 1890년 미국을 떠나 조선에 도착하기까지 약 40일간의 여정과 이후 3개월간의 생활을 가족에게 전하기 위해 쓴 편지다. 로제타 셔우드 홀은 조선 최초의 여성 의료인 양성과 시각장애인 점자 교육 도입 등 한국 근대 의료와 교육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낱장 94장을 이어 붙인 두루마리 형태로 길이는 31.8m에 달한다.
편지에는 당시 조선의 의료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상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홀은 ‘보구녀관’에서 3개월 동안 초진 270명, 재진 279명 등 총 549건의 진료를 진행했다고 적었다. 가마를 타고 온 환자, 전통 혼례, 고종이 청나라 사절을 맞이하는 행렬 등 당시 풍경도 함께 담겼다.
특히 이 기록에는 홀 자신이 촬영한 사진 59점이 포함돼 있어 19세기 말 조선 사회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희귀 사료로 평가된다.
이 편지는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 잉크 부식과 테이프 접착 등으로 종이가 훼손되고 글자가 탈락되는 등 상태가 크게 악화돼 있었다.
국가기록원은 약 18개월에 걸쳐 오염 제거와 결실부 보강 작업을 진행하고, 두루마리 구조 손상을 막기 위해 굵게 말이축을 적용하는 등 보존 처리를 완료했다. 고해상도 스캔을 통해 디지털 자료도 구축했다.
국가기록원은 복원된 기록을 양화진기록관과 국가기록원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연구와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다.
국가기록원은 2008년부터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서비스’를 통해 현재까지 81개 기관 9272매의 기록물을 복원했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기록은 근대 의료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소중한 기록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