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공장투자 선두에 선 한국
한국 제조업의 대미투자가 활발하다. 이제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향한 투자를 통계로 중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하는 국제수지 기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에 따르면 2015~2024년 10년 동안 미국에 유입된 연평균 FDI는 2910억달러다. 제조업에 39%, 비제조업에 61%가 투자됐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약 1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FDI는 제조업에 상대적으로 많이 유입됐다.
제조업만 볼 때 FDI 유입액 규모가 큰 업종은 화학(31%), 컴퓨터 및 전자제품(16%), 운송장비(13%), 기계(10%), 식품(8%) 등이다. 이 가운데 컴퓨터 및 전자제품, 운송장비, 기계에서 유입이 크게 증가했으나 최대 투자 업종인 화학에서는 뚜렷한 증가세가 없었다.
‘한국 투자’ 국제수지 기준 15위, UBO 기준 9위
또한, 제조업에 한정해서 상위 20대 대미 투자국은 네덜란드 영국 독일 룩셈부르크 일본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아일랜드 스웨덴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호주 덴마크 한국(15위) 스페인 싱가포르 멕시코 노르웨이 중국 등이다. 이들 20개국 가운데 2019년 이후 미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뚜렷하게 증가한 국가는 한국 영국 룩셈부르크 스웨덴 일본이다.
20개국에는 제조업 강국으로 보기 어려운 국가들도 포함돼 있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등은 글로벌기업의 지주회사 소재지나 권역별 지역본부로 활용되면서 다른 나라 기업이 이들 국가를 경유해 미국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제조업 기반이 크지 않은 국가라고 하더라도 자국의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회사, 사모펀드 등을 통해 미국 제조업에 크게 투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국제수지 기준 통계는 각국 기업이 제 3국을 경유해 미국에 투자할 경우에 실제 투자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대미 투자기업의 최종실질소유자(UBO, Ultimate Beneficial Owner) 기준으로 대미 투자국 통계를 발표한다.
UBO 기준으로 제조업에서 2014~2024년 연평균 투자액이 많은 10대 투자국은 아일랜드 영국 독일 스위스 일본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한국 중국이다. 한국은 국제수지 기준으로는 15위지만 UBO 기준에서는 9위로 상승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일부는 제3국을 경유했지만 실제 투자 주체는 한국 기업이었다는 의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UBO 기준에서도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이 상위 투자국인 것은 이들 국가에도 글로벌 제조업 기업의 본사 또는 지배회사가 실제로 소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은 세제나 기업 지배 구조상의 이유로 본사를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등으로 이전한 경우가 있다.
투자증가 추세 상위, 그린필드 투자 비중 높아
그런데 한국의 대미투자는 투자액에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투자의 증가세와 방식에서 다른 나라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UBO 기준으로 상위 10대 투자국 중에서도 최근으로 올수록 투자증가 추세를 보인 나라는 한국 프랑스 영국뿐이다. 3개국 중에서도 한국의 대미 투자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나 프랑스와 영국은 완만한 증가세이다. 그리고 모든 국가의 대미투자가 인수 방식이지만 한국은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투자비중이 가장 높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19년 이후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산업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1980년대까지는 서유럽이 주도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이 추가됐는데 이제 한국이 그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