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 르노코리아 ‘르노 필랑트’
세단의 우아함에 SUV 볼륨을 더하다
12.3인치 파노라마 스크린
편안하면서 단단한 주행감
서울 성북구 돈암동을 출발해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이어지는 왕복 구간. 도심 정체와 외곽 국도의 흐름, 그리고 강변도로의 완만한 곡선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는 르노코리아 ‘필랑트’의 성격을 확인하기에 적합했다. ‘필랑트’는 르노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새로운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필랑트’와 마주했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과 ‘새틴(무광) 포레스트 블랙’ 컬러였다. 일반적인 유광 블랙과 달리 빛을 은은하게 흡수하며, 차체의 입체적인 라인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게 세련됨과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몸을 감싸듯 밀착되는 착좌감이 인상적이었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를 줄여줄 것이라는 예감이 왔다.
실내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2820㎜의 넉넉한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여유로운 공간감과 실내조명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엇보다 동승석까지 이어진 세 개의 12.3인치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시원하게 했다. 각 디스플레이는 모두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서로 연결됐다. 즉 각각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으면서도, 실행 중인 어플리케이션을 터치해 좌우 스크린으로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조수석의 동승자는 별도 화면을 통해 인터넷 쇼핑, 기사 검색, 유튜브 콘텐츠 이용 등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했다. 운전석에서는 해당 화면이 보이지 않아 주행 안전성을 확보했다. 단순한 인포테인먼트를 넘어 차량 내부를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시킨 기술과 감성의 찰떡같은 조화처럼 보였다. 사운드도 탁월했다. 프랑스 오디오 전문업체 알카미스의 8개 스피커 어드밴스드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됐으며, 고품질 사운드를 선사하는 보스(BOSE) 스피커까지 더해져 수준높은 음악감상도 가능했다.
다만 기어방식은 익숙하지 않아 주행초반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직진은 중립에서 위로 두번, 후진은 중립에서 뒤로 두번 터치를 해야 했던 탓이다.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에 제공되는 정보도 너무 풍부하다보니 오히려 주행정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도심 구간을 벗어나 양평 방향으로 접어들며 차량의 본질이 드러났다. 가속시 반응은 즉각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묵직함이었다.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 나아가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며, 고속 구간에서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적용된 서스펜션은 노면 상황에 따라 저항력을 조절하며, 도심에서는 편안함을, 고속에서는 단단함을 동시에 제공했다.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은 시스템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엔진 최대 토크도 25.5kgom로 강력했다. 두물머리까지 왕복 80㎞가 조금 안되는 거리였지만 세단의 유려함과 SUV의 볼륨감을 동시에 경험한 시간이었다. 연비는 15.3㎞가 나왔다.
필랑트는 자동차를 ‘이동수단’에서 ‘경험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변화의 시작을 체감케 했다. 특히 외관에서는 프리미엄 감성을, 실내에서는 라운지 같은 편안함을,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