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경북산불 1년, 안동 만후농공단지 가보니

전소된 '매출 100억 공장' 재건도 못해

2026-04-08 13:00:14 게재

공장 다시 짓는데 55억, 실제 70억

지원은 1000만원 … 회복은 ‘미완성’

지난해 3월 산불에 전소된 공장터는 황토 흙바닥만 남긴 채 비어 있었다. 지난 1일 찾은 경북 안동 남후농공단지에서는 철골 구조물과 설비가 있던 자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먼지가 공중으로 흩날렸다. 일부 공장은 다시 세워졌지만 정상 가동되는 곳은 많지 않았다.

경북 안동 만후농공단지 내 한국파이프·영진폴리텍·태광수지 공장. 사진 한국파이프 제공

“여기가 다 타버린 자리입니다.”

민춘홍(한국파이프 대표) 남후농공단지 대책위원장이 발걸음을 멈추고 “공장은 지었지만, 기계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동시와 남후농공단지 대책위에 따르면 남후농공단지는 입주기업 42곳 중 24곳이 전소 또는 부분 소실됐다. 피해액은 약 102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피해는 이보다 훨씬 컸다.

민 위원장은 공장 3개를 잃었다. 피해액은 60억원에 달했지만 정부 지원금은 1000만원에 그쳤다. 그는 공장을 다시 짓기 위해 30억원을 금융권 대출로 충당했다. 공장은 겨우 세웠지만 가동은 쉽지 않았다. 설비만으로는 공장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재고만 해도 수십억원인데 지원은 없습니다.”

실제 공장을 정상 가동한 업체는 많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생산을 재개했지만 정상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길선 경안농기계 전무는 “생산은 절반 수준이고 거래처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예 공장을 다시 세우지 못한 기업도 있다. 권명옥 안동민속티엠알 대표이자 대책위 부위원장의 공장은 여전히 재건되지 못했다. 산불 이전 연 매출 100억원, 영업이익 10억원, 자산 70억원 규모였지만 현재 매출은 ‘0원’이다.

“올해는 그냥 마이너스입니다.”

그는 “공장을 다시 세우는 데만 55억원, 실제로는 7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빚을 내서 지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공장은 철거됐고 현장은 빈터로 남았다.

복구 이후의 과정은 기업 몫이었다. 설비를 갖추고, 인증을 받고, 원자재를 확보하고, 거래처를 다시 연결해야 한다. 공장 안에는 멈춘 기계가 서 있고 창고는 비어 있다. 정책자금은 대부분 대출이고 2년 뒤 상환이 시작된다.

사진은 1년 전 산불로 전소된 모습.
홍지백 초대형산불피해회복및재건위원회 위원장은 “영업을 유지하지 못하면 지원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다. 허승규 재건위원도 “산불 회복은 건물이 아니라 일터와 생계를 함께 되살리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재난지원 체계의 한계도 뚜렷하다.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지원은 건물과 설비 피해 기준 최대 4100만원 수준의 정액 지원에 그친다. 경영안정 자금도 소상공인 300만원, 중소기업 600만원 수준이다. 반면 공장 재건에는 수십억원, 많게는 7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초대형 산불 특별법에 따라 1680억원 규모의 마을 재건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산업 회복 기준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재건위원회가 추가 지원과 산업 회복 정책을 설계할 수 있지만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시의회는 지난 1일 상환 유예와 장기 저리 전환, 공공조달 연계 등을 포함한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김상진 안동시의원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난 지금 공장 건물은 다시 세워졌지만 기계는 아직 돌아가지 않는다. 남후농공단지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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