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27일간 본안회부는 ‘0’

2026-04-08 13:00:33 게재

헌재, 누적 신청 322건 중 194건 각하

장영하·구제역도 사전심사 못 넘어

연구관 20명·사무처 18명 채용 방침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 27일이 지났지만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과돼 본안 회부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그동안 재판소원 신청 총 322건 중 세번의 사전심사 결과 194건 모두 각하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7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각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총 120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헌재 지정재판부는 지난달 24일과 31일에도 각각 26건, 48건을 각하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총 322건 가운데 누적 194건이 각하됐다.

실질적인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1호 본안 사건’은 아직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접수 사건 중 약 37%가 본안 심리 단계에 올라가지 못하고 각하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로 유죄가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 유튜버 쯔양에게 수천만원을 뜯어내 실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낸 재판소원 사건도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번에 각하됐다.

장 위원장은 당초 불기소 처분 이후 재정신청에 따라 공소제기와 재판이 이뤄진 것을 문제 삼았으나, 헌재는 “재정신청 등에 대한 법원의 사실인정 등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지정재판부 판단에서도 앞선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청구 사유’ 요건을 채우지 못한 사건이 77건으로 가장 많았다. ‘청구 기간 도과’가 30건, ‘기타 부적법’ 14건, ‘보충성 흠결’(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경우) 4건 순이었다. 각하 사유가 중복된 경우도 5건 있었다.

헌재는 이날 재판 지연을 문제 삼아 청구된 재판소원 사건도 각하했다.

헌재는 재심 청구 1년 만에 선고된 재심 사건에 대해 “청구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이 사건 재심 판결로 인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는 사정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행정소송법 8조 2항에 의해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199조는 종국판결 선고 기간을 정하고 있으나, 이는 직무상의 훈시규정이므로 법원이 위 기간 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헌재 결정례를 토대로 이같이 결정했다.

‘대면 예배를 금지한 집합제한 명령이 위헌인데 법원이 이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며 청구된 재판소원 사건도 헌재가 이미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했고, 법원도 집합제한 명령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청구 사유가 안 된다고 봤다.

헌재는 그 밖에 ‘증인 신청을 위한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제도를 규정한 상고심절차특례법이 위헌이다’, ‘간략한 이유만 들어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3회 공판기일 진행으로 변론을 종결했다’며 제기된 재판소원 사건도 모두 ‘청구 사유 미비’ 사례로 제시했다.

헌재는 또 항고·재항고를 하지 않아 확정된 증거보전 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보충성 흠결을 이유로 각하했다. 일각에서 재정신청 기각 결정을 비롯한 법원의 결정도 재판소원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재판소원의 대상이 된단 점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3일 재판소원 시행 한 달을 맞아 접수 현황 등 그간 성과 등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헌재는 몰려드는 재판소원 사건 처리에 대응할 심판지원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예산도 배정 받았다.

헌재는 최근 기획예산처로부터 재판소원 시행에 따른 인력 증원을 위해 예비비 편성을 확정 받아 헌법연구관 20명과 사무처 직원 18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무처 기간제 및 7급 채용은 시작했고, 연구관 및 4·5급 채용은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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