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닥쳤는데…침묵하는 의원들, 외면하는 지도부

2026-04-09 13:00:04 게재

국힘, 지방선거 위기론 커지자, 일부 의원 “장동혁 퇴진”

다수 의원 ‘남 일 보듯’ … “총선 아닌데다 영남권 많은 탓”

장 대표, 지역 대신 미국행 … 차기주자 이미지 부각 기회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은 8일 장동혁 대표 퇴진론을 꺼냈다. 주 의원은 “우리 선거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장동혁 체제 그 자체”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당을 다시 세울 새로운 책임체제를 즉각 구성” 등의 주장을 펼쳤다.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참패 위기감이 커지자, 당 일각에서 장 대표 퇴진론을 꺼냈다. 지도부를 바꾸는 특단의 대책을 통해 반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지난 6일 윤상현 의원은 “비상체제로의 전환을 솔직히 후보자들이 원하고 있다”며 에둘러 장 대표 퇴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장동혁 퇴진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 107명 가운데 소수에 머물고 있다. 다수 의원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우려에 관심 자체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8일 “당이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솔직히 대부분 의원은 남의 일 보듯 한다. (지방선거는) 본인 선거가 아닌데다, 총선이 아직 멀었기 때문”이라며 “공천만 받으면 되는 영남의원들이 많은 것도 무관심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89명 중 65.1%인 58명이 영남권이다. 지역구 의원 2/3가 위기론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영남권 의원인 셈이다.

다수 의원이 위기에 처한 당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침묵하면서 장 대표 퇴진을 비롯한 대응책을 마련할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 앞서 당직자는 “대부분 의원들이 침묵하는데 무슨 힘으로 당 쇄신을 추진하겠냐”고 되물었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장 대표는 위기론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지역 방문 일정(8일 세종시, 9일 강원도)을 잇따라 취소했다. 위기에 민감한 현장에서 장 대표를 겨냥한 비판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예방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다.

지역 방문 대신 장 대표는 내주 방미 일정을 잡았다. 14일부터 17일까지 미국 국제공화연구소(IRI)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선거를 치르는 지역 대신 전쟁에 바쁜 미국을 찾는 모양새다.

장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지역 대신 미국을 찾는 건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퇴진이나 쇄신 요구를 애써 외면하면서 차기 도전 가능성을 높이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미국을 가면 차기 대선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큰 위기에 직면했찌만 다수 의원과 장 대표의 고의적인 침묵과 외면으로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이미 손쓰기에는 늦었다”는 한탄이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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