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한국 성장률 1.9%로 상향…‘수출 온기’에도 중동 리스크가 복병
반도체 호조·전략분야 지출확대 반영해 0.2%p 올려 … 물가도 2.3%로 상향조정
AMRO 등 국제기구 ‘상저하고’ 전망 일치 … ‘전쟁추이·추경효과’가 하반기 변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높여 잡으며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수출의 강력한 반등과 정부의 전략적 지출 확대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과 고환율 기조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됐다.
◆반도체·적극재정에 높은 평가 = ADB는 10일 발표한 ‘2026년 4월 아시아 경제전망(ADO)’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25년 12월 전망치(1.7%) 대비 0.2%p 상향 조정된 수치다. 아울러 2027년 성장률 역시 1.9%로 전망하며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DB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주요 요인은 반도체와 내수회복 기대감, 우리 정부의 재정정책이다. 우선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과 디지털 전환 수요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이 우리 수출의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총 2192억달러(약 323조5000억원)를 기록했는데 이중 반도체가 35.8%에 해당되는 784억달러(약 115조7000억원)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수출액 중 반도체 기여도가 1/3을 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원을 기록하며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AI·GPU 글로벌 리더기업인 엔비디아를 넘어섰거나 추월하며 글로벌 최고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더하면 1분기에만 100조에 가까운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회복 기대감도 한몫했다. 우리 경제는 금리인하 지연효과에도 불구하고 소비 증가세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적극 재정정책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와 국방, 바이오 등 국가핵심 전략분야에 대한 정부의 예산 투입 확대가 경제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하방 리스크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중동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 △대외 리스크 △AI 수요의 불확실성 △급격한 반도체 사이클 변화 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전망치도 2.3%로 높여 =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됐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ADB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0.2%p 상향했다. 이는 앞서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발표한 전망치(2.3%)와 일치하는 수치다. 물가 상승의 핵심원인은 중동전쟁발 원가상승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동시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가치 약세기조와 전 세계적인 전자제품 가격상승 전망이 추가 반영됐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연료 가격 상한제 등 물가 안정 노력 덕분에 급격한 폭등은 억제되겠지만, 목표 물가(2.0%) 도달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AMRO와 ADB 등 주요 국제기구가 내놓은 한국 경제 전망을 종합하면 몇 가지 공통적인 흐름이 포착된다. 국제기구들은 한국 경제가 2025년의 저성장(1.0%) 고비를 넘기고 반등 구간에 진입했다는 데 동의한다. 특히 한국이 이번 ADB 전망부터 ‘선진아태국(Advanced Asia and the Pacific)’으로 분류된 점은 우리 경제의 위상이 개도국 수준을 넘어 글로벌 맥락에서 분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하반기 경제의 핵심 변수 = 이번 ADB 전망에서 주목할 점은 분석 시나리오다. ADB는 중동전쟁이 향후 1개월 이내에 조기 안정화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분석을 진행했다. 또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경’ 효과는 이번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정부의 추경이 국회 본회의(10일 예정)를 통과해 신속히 집행된다면, 실제 경제성장률은 ADB 전망치(1.9%)보다 높아질 수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추경 집행 시 성장률이 약 0.2%p 제고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반대로 중동 갈등이 2026년 3분기까지 장기화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극단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아태 지역 전체의 성장률은 4.7%까지 떨어지고 물가는 5.6%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 ADB의 경고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라는 강력한 엔진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률 회복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중동발 공급망 쇼크와 고물가는 서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며 ‘성장의 온기’가 내수로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수출중심의 성장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2026년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