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연구소 “환율상승, 개인 해외주식투자 증가 원인”

2026-04-10 13:00:03 게재

2020년 이후 ‘비금융기업 등’ 해외주식투자 급증

“국내 주식 시장 매력도 높일 수 있는 정책 필요”

한국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한 환율상승의 주요 원인이 해외주식투자 증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환율상승의 원인으로 한·미 금리차이가 아닌 해외주식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10일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산은조사월보(3월호) 보고서에서 “개인을 포함하는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주식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2020년 이후)부터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기울기가 가팔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장기적인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해외주식투자 증가를 들 수 있으며 특히 펜데믹 이후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은 개인투자의 규모 증가가 원인이라는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2021년 1월 저점인 달러당 1085.7원을 기록한 후 올해 2월 1450원까지 올라 상승률이 33%에 달했다. 주요국 통화 중 엔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절하율을 보인 것이다. 2023년 7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된 이후 달러 인덱스가 하락했음에도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기록했고, 원화 약세의 원인이 미국의 고금리에 더해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요인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한국의 빠른 통화량 증가가 원인이라는 견해에 대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M2(시중 유동성) 증가율은 2.7%로 미국(0.9%)에 비해 높지만 여타 주요국 대비 특별히 높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양국의 통화량 증가율 격차와 환율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가 원화 약세를 심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보고서는 “이 주장은 원화 약세 자체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득력을 가지나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특별히 원화가 여타 통화 대비 두드러진 약세를 보인 것에 대한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의 해외주식투자 증가가 환율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순대외금융자산(해외에 대한 순자산 규모) 증가와 함께 환율의 장기적인 상승추세가 시작됐다고 봤다. 2018년 이후 ‘기타 금융기관’이 빠르게 해외주식투자를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에는 ‘비금융기업 등’이 해외주식투자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팬데믹발 유동성 확장기에 기술 발달로 해외투자가 쉬워지면서 ‘비금융기업 등’에 포함되는 개인의 해외주식투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해외주식투자 증가의 제도적 원인으로는 선진국 대비 자본시장제도의 미비점으로 인한 기대수익률 저하를, 경제적 원인으로는 한국의 장기적인 성장률 하락과 수출 편중 심화·내수 부진을 꼽았다.

보고서는 “장기간 이어진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부진은 한국으로의 해외 주식투자 자본의 유입 부진과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로 이어지며 환율의 장기 상승을 견인했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운영 연기금과 사학재단 등의 잉여 현금성 자산을 국내 주식시장에 장기투자할 경우 세제혜택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금융소득 증가분과 소비 증가분을 비교해 금융소득이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된 가계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개인 투자자용 선물환을 통한 환위험 관리제도 도입 등은 국내 주식시장 투자 증가에 이은 소비여력 증가를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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